프로야구 의제로 떠오른 샐러리캡…'공정한 게임' 출발점 될까
메이저리그 '균등경쟁세'가 모델…KBO "상생의 길로 갈 돌파구"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프로야구가 샐러리캡(총연봉상한제)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KBO 사무국과 프로 10개 구단 사장들은 28일 이사회를 열어 프로야구선수협회에 자유계약선수(FA)를 비롯한 제도 개선안을 다시 논의해달라고 촉구하고 관련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 중 그간 공식 문건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용어가 처음으로 나왔다. 한 구단의 총연봉상한제를 뜻하는 샐러리캡이다.
KBO 이사회는 샐러리캡 도입과 FA 자격 취득 기간 단축을 연동해 이른 시일 내에 도입을 추진하자고 선수협회에 제안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와 일본프로야구엔 샐러리캡이 없다. KBO리그가 이를 도입하면 메이저 프로야구 시장에선 최초의 사례가 된다.
이미 우리나라 프로농구와 여자프로농구, 남녀 프로배구는 이미 샐러리캡을 시행 중이다.
2019-2020시즌 프로농구의 샐러리캡은 25억원, 여자프로농구는 12억원, 프로배구 남자부는 26억원, 여자부는 14억원이다. 선수들의 몸값을 이 액수 안에서 모두 맞춰야 한다.
KBO리그에서 샐러리캡 논의가 화제에 오른 건 지난해부터다.
KBO 사무국과 각 구단이 FA 선수들의 몸값을 최대 4년 80억원에 묶는 상한제를 주창하자 선수협회가 FA 상한제 대신 샐러리캡 도입으로 역제안하면서 샐러리캡이 논의 대상이 됐다.
KBO 이사회의 제도 개선안 합의로 샐러리캡은 지금의 프로야구 규약과 판 자체를 바꿀 핵심 의제로 자리매김했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29일 "샐러리캡의 도입 목적은 각 구단의 운영비를 줄이자는 게 아니라 같은 금액에서 공정한 게임을 펼쳐보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올 시즌처럼 5강 5약으로 일찌감치 판세가 갈린 상황에서 팀 간 전력 불균형을 극복하려면 FA 제도 개선을 통한 선수들의 이적 활성화를 추구해야 하고, 구단의 중장기적 비용 계획 등을 고려할 때 전반적으로 시스템을 손질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샐러리캡 논의가 출발한다고 류 총장은 역설했다.
류 총장은 TV 시청률 저하, 입장 관객 감소 등으로 프로야구 콘텐츠가 매력을 잃고, 경기 둔화로 각 구단의 살림살이가 쪼그라든 상황에서 샐러리캡이 KBO리그, 구단, 선수가 모두 사는 상생의 돌파구를 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 막 의제에 오른 샐러리캡의 기준 금액과 이를 위반했을 때의 징계 등은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구단과 선수 간의 합의도 이뤄지지 않아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얘기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다만, 이미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는 메이저리그의 사례를 참조할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는 균등경쟁세금(Competitive Balance Tax)을 1997년에 도입했다. 해마다 일정액으로 30개 구단의 연봉 총액 상한을 묶고 이를 넘기면 세금으로 내도록 하는 제도로 우리 말로는 사치세 또는 부유세다.
사실상의 샐러리캡 제도이지만, 메이저리그는 샐러리캡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내년 연봉 총액 상한은 2억800만달러다.
총액 상한을 처음으로 위반한 구단은 초과액의 20%, 두 번째로 위반하면 30%, 세 번째 이상이면 50%의 세금을 낸다.
또 초과액이 4천만달러를 넘으면 42.5%를 부가세로 더 낸다. 이듬해에도 4천만달러 이상을 쓰면 45%로 세율이 올라간다.
KBO와 프로 10개 구단은 가령 각 구단 운영비의 평균을 내 샐러리캡을 정하고 메이저리그 부유세 제도에 신인 지명권 박탈 등을 가미하는 형식으로 '한국형 샐러리캡'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메이저리그가 일부 돈 많은 구단의 문어발식 선수 영입을 막고자 부유세 제도를 시행한 것과 달리 KBO리그는 현실 위기 타개라는 복합적인 목적으로 샐러리캡 도입을 고려하는 만큼 좀 더 설득력 있는 논거가 필요하다.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사례에서 보듯, 팀 성적은 구단이 투자한 돈보다는 프런트·지도자의 능력과 선수 육성 시스템에 따라 결정됐기에 공정한 게임과 전력 균등이라는 대의를 살리려면 그간 투자 대비 만족할만한 성적을 올리지 못한 구단의 각성과 전력 평준화를 이끌 다른 조처가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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