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훈의 골프확대경] 꼴찌 상금이 4억원 넘는 PGA투어 노컷 대회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6일(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마틴 트레이너(미국)는 꼴찌에 그쳤지만, 통장에는 6만4천달러(약 7천485만원)의 상금이 입금됐다.
그가 이 대회에서 적어낸 스코어는 4라운드 합계 18오버파.
첫날 1오버파를 친 그는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 각각 6오버파를 기록했고, 마지막 날에는 9오버파를 쳤다.
이런 형편없는 성적으로도 1억원에 가까운 상금을 챙길 수 있었던 이유는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가 컷이 없고, 출전 선수가 34명뿐이기 때문이다.
프로 골프 선수에게는 컷 통과는 최우선 과제다. 컷을 통과하지 못하면 빈손이기 때문이다.
대회를 치르려고 오가는 교통비와 숙식비, 캐디피 등 비용을 쓰고도 상금을 한 푼도 벌지 못하면 적자가 난다. 상금뿐 아니라 컷을 통과하지 못하면 자신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각종 포인트도 없다.
우승 후보라도 일단 컷 통과를 목표로 삼는 이유다.
컷 없는 대회는 프로 골프 선수에겐 낙원이나 다름없다.
컷 탈락의 공포 없이 경기하고, 성적이 아무리 나빠도 적지 않은 상금을 챙길 수 있기에 컷 없는 대회는 선망의 대상이다.
PGA투어에는 컷 없이 출전 선수 모두에게 상금을 주는 대회는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말고도 더 있다.
1회전에서 탈락해도 상금을 받는 델 매치플레이를 빼고도 7개 대회에 이른다.
메이저대회에 버금가는 상금을 걸고 정상급 선수만 불러 치르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대회 가운데 매치 플레이가 아닌 스트로크 플레이 방식으로 치르는 3개 대회는 모두 컷이 없다.
멕시코 챔피언십(총상금 1천25만달러)과 세인트 주드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천50만달러), 그리고 HSBC 챔피언스(총상금 1천25만달러)는 우승 상금도 174만5천달러의 거액이지만 무엇보다 컷이 없다는 점이 매력이다.
총상금이 많은 만큼 하위권이라도 상금이 적지 않은 것도 선수들에게는 입맛을 당기게 한다.
작년 멕시코 챔피언십에서 꼴찌(71위) 숀 노리스(남아공)는 4만8천250달러(약 5천658만원)를 상금으로 받았고 세인트 주드 인비테이셔널에서 최하위(63위)에 머문 케빈 트웨이(미국)는 5만2천달러(약 6천98만원)를 챙겼다.
HSBC 챔피언스에서 꼴찌인 77위를 한 대니얼 니스벳(호주)은 4만5천250달러(약 5천304만원)를 받아 갔다.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와 WGC 시리즈 대회는 거액의 상금과 컷이 없는 커다란 매력을 지녔지만 아무나 출전할 수가 없다.
세계랭킹 50위 이내 등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 출전할 수 있다. 이들 대회 출전 선수가 70명 안팎인 이유다.
세인트 주드 인비테이셔널은 출전 선수가 70명도 안 된다.
PGA투어 플레이오프 마지막 2개 대회 역시 제한된 자격을 갖춘 선수만 불러모아 컷 없이 치른다.
특히 딱 30명만 출전하는 투어챔피언십은 4천600만달러(약 539억원)라는 천문학적 상금을 순위에 따라 나눠 가진다.
페덱스컵 보너스가 이 대회 순위에 따라 주어지기 때문이다.
작년 투어챔피언십에서 공동 29위로 최하위를 기록한 더스틴 존슨(미국)과 루카스 글로버(미국)는 나란히 40만달러(약 4억6천88만원)라는 거금을 받았다.
우승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게 돌아간 1천500만달러(약 175억8천만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순위표 맨 아랫줄에 이름을 올린 선수치고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더CJ컵과 조조 챔피언십은 출전 자격이 까다로워 아무도 출전할 수 없는 대회는 아니지만 컷 없이 치른다.
더CJ컵은 한국, 조조 챔피언십은 일본에서 열리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 본토에서 10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타고 와야 하는 아시아 지역에서 열리는 대회가 컷이 있다면, 선뜻 참가할 선수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불편한 사실이 도사리고 있다.
작년 더CJ컵에서 최하위에 그친 본 테일러(미국)는 1만8천915달러(약 2천215만원), 조조챔피언십 최하위 3명은 1만9천달러(약 2천226만원)를 받았다. 대회 출전 경비는 건진 셈이다.
더CJ컵과 조조 챔피언십은 출전 선수 정원이 81명으로 WGC 시리즈나 플레이오프보다 많기에 최하위 상금이 비교적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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