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경기장 재생에 한그루 나무를 심다…90세 전 현장감독 헌수
1963년 공사현장 감독 임양원씨, 경기장 재생소식에 800만원 기증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1963년 제44회 전국체육대회를 사상 처음으로 유치한 전북도는 고민에 빠졌다.
도청 소재지인 전주에 종합경기장이 없었기 때문에 신축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조달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행정당국이 야심 차게 건설에 나섰으나 당시 총비용 8천100만원 중 3천500만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도민들은 1962년 11월부터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금했다.
기념 배지를 제작해 판매하는 등 다각도로 재원 마련에 동참했다.
이렇게 '종합경기장 건설을 위한 범도민 모금 운동'을 벌여 공사비의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3천500만원을 마련해 전국체전 개막 직전에 가까스로 완공할 수 있었다.
특히 당시는 쌀이 귀하던 시절이어서 문전옥답이었던 넓은 땅에 체육시설인 종합경기장(12만3천㎡)을 건설한다는 발상 자체가 이해될 수 없었다.
토지주들은 논이 없어진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육상장, 축구장, 야구장 등 국제규격을 갖춘 전북 최초의 종합경기장이 태동한 것이다.
그만큼 전주종합경기장은 도민의 애환이 깃든 곳이다.
이후 전북 아마 스포츠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했고, 전북에 연고를 둔 프로축구와 프로야구 등 프로스포츠가 태동한 곳이기도 하다.
재건축과 재보수를 거치면서 1980년과 1991년 전국체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전주시는 경기장 역할을 상실한 종합경기장을 허물고 부지를 재생하는 '시민의 숲 1963'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도민들의 기억과 역사가 서린 뜻깊은 장소인 만큼 이 부지를 미래세대를 위한 도시 숲과 미래 먹거리인 마이스(MICE)산업 부지로 조성해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계획이다.
시는 경기장 부지의 3분의 2에는 정원·예술·놀이·미식을 주제로 한 '시민의 숲'을 만들고 나머지 3분의 1에는 롯데쇼핑이 국제 규모의 전시장과 국제회의장 등을 갖춘 전시컨벤션센터와 200실 이상 규모의 호텔, 백화점·영화관 등을 조성하게 된다.
시와 롯데 간 협약에 따라 종합경기장 소유주인 전주시는 롯데백화점이 들어서는 판매시설 부지를 롯데쇼핑에 50년 이상(최대 99년) 장기임대해주고, 롯데쇼핑은 전시컨벤션센터를 지어 시에 기부채납하게 된다.
시민의 땅을 매각하지 않고 지켜낼 것, 시민들의 기억이 쌓인 종합경기장을 활용해 재생할 것, 판매시설을 최소화해 지역 상권을 지켜낼 것 등 종합경기장 재개발의 3대 원칙도 세웠다.
또 '시민의 숲 1963'이라는 프로젝트 이름처럼 1963그루의 큰 나무를 심어 상징성을 부여하기로 했다.
8일 의미 있는 헌수식이 있었다.
1963년 전주종합경기장 건설 당시 공사 현장을 감독했던 전 전북도청 공무원 임양원(90)씨가 이날 종합경기장을 찾아 "숲 조성에 필요한 나무 한 그루를 보태고 싶다"며 선뜻 800만원을 내놓았다.
임씨는 당시 업체 선정부터 설계·공사까지 도맡으면서 전주종합경기장 건설의 전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한 산증인이기도 하다.
그는 전주종합경기장에서 17년째 시민들이 기증한 물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행복한 가게'가 이달 2일 숲 조성에 써달라며 2천만원을 기증하며 첫 포문을 연 이후 두 번째 헌수자가 됐다.
임씨는 헌수식에서 "종합경기장은 내 자식과도 같은 이름이다"라며 "미래의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숲을 물려주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후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김승수 전주시장은 "종합경기장을 사람·생태·문화의 가치를 담아 재생하는 시민의 숲 1963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면서 "특히 당시 종합경기장의 기초부터 완공까지 현장에서 모든 것을 기록한 임양원 선생님의 헌수는 더 큰 의미가 있다. 그 감사한 뜻을 받아 시민의 숲 1963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헌수운동에 동참하기를 원하는 시민은 푸른 전주 운동본부 홈페이지(www.greenjeonju.co.kr)를 통해 신청하거나 전화(☎ 063-285-0515)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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