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해방구' 소음보다 더 부담스러운 우즈와 동반 라운드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피닉스오픈이 열리는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TPC 스코츠데일의 16번 홀(파3)은 갤러리에겐 '해방구'지만 선수들에게는 '지옥'이다.
'콜로세움'이라 불리는 TPC 스코츠데일 16번 홀은 티박스에서 그린까지 사방을 관전 스탠드로 둘러쌌다. 지붕만 없을 뿐, 마치 실내 경기장처럼 느껴진다.
관객석을 가득 메우면 2만명이 들어찬다.
2만명의 갤러리는 다른 대회 때와 달리 숨을 죽인 채 관전하지 않는다. 술에 취한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건 예사다.
티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하면 온갖 야유를 쏟아붓는다. 정숙과 매너가 필요 없어 갤러리들은 해방감을 만끽한다.
선수들은 16번 홀 티박스에 올라서면 관객의 기분에 따라 죽고 사는 로마 검투사가 된 기분이다.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면 떨려서 스윙이 위축된다고 하소연이다. 특히 경험이 적은 어린 선수들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31일(한국시간) 피닉스오픈 1라운드 16번 홀에서 멋진 버디를 잡아낸 톰 호지(미국)는 "지난 대회 때 타이거 우즈와 최종일 경기를 치른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 27일 끝난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4라운드 때 우즈와 동반 경기를 했다.
PGA투어 선수들은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 경쟁을 벌이는 우즈와 동반 라운드를 부담스러워한다.
우즈와 동반 플레이는 '영광'이기도 하지만 일방적으로 우즈를 응원하는 수많은 갤러리의 공격적인 관전 태도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즈가 잘 친 샷에는 우레같은 박수와 환호가 코스를 뒤덮는다. 샷이나 퍼트가 비껴가면 안타까운 탄식 소리가 그린을 울린다.
그렇지 않아도 우즈의 카리스마에 주눅 든 선수는 우즈의 일거수일투족에 격하게 반응하는 갤러리들의 소음과 동작에 더 기가 죽기 마련이다.
호지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최종일의 우즈와 동반 플레이는 이른바 우승권 티타임이었다.
우즈가 선두에 5타차였기에 우즈의 83번째 우승을 바라는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이 따랐다.
호지는 4언더파 68타를 쳐 공동 5위를 차지했고 우즈는 2타를 줄여 공동 9위에 올랐다.
호지는 "우즈와 경기를 하면서 코스에 넘치는 에너지와 흥분을 고스란히 느꼈다"면서 "광적인 갤러리에 이미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TPC 스코츠데일의 16번 홀에서 티샷하는 건 우즈와 동반 라운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세계랭킹 3위 욘 람(스페인)도 우즈와 동반 라운드가 강심장을 만드는 비법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는 "마스터스에서 우즈와 동반 플레이를 해봤더니 웬만한 함성과 소음, 카메라 촬영 세례 등에 익숙해지더라"면서 "우즈와 동반 라운드는 16번 홀에서 기죽지 않고 경기하는 걸 배울 기회"라고 넉살을 떨었다.
TPC 스코츠데일이 홈 코스나 다름없는 람은 우즈와 동반 라운드 말고도 16번 홀에서 좋은 샷을 할 수 있는 비결을 소개했다.
그는 "도저히 관객들이 내는 소음을 견딜 수 없다면 최대한 함성이 잦아드는 시점까지 기다리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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