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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 대태천

5범

2014.02.12가입

내가 무적권 분명희 경고해놔따

조회 4,973

추천 5

2015.06.07 (일) 00:48

                           

출항

 

내가 원양어선을 탄 이유는 지극히 단순명료해. 난 군대를 너무 가고 싶었던 놈이었지. 근데, 신검을 받고나니 5급인거야. 신체가 부실 한 것도 아니고, 논리적 사고를 못하는 병신도 아닌데, 왜 5급이냐고? 3대 독자거든.

 

그래서 난 단기사병 대상자였는데, 전생에 나라를 구했는지 장기대기로 면제통지서가 날아 온 거야 누군가는 이런 질문을 할 수도있겠지. 그렇게 가고 싶은 군대라면 지원을 해서 가면되잖아? 가고 싶은 군대이긴 한데, 굳이 지원을 하면서 까지 가고 싶진 않았어 미안.

 

어쨌든, 군대를 면제받은 나는 군대만큼 오지게 빡센 경험을 하 싶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선택한 게 원양어선이야. 주위에서 귀동냥으로 얻어들은 얄팍한 지식으로 원양어선이 매우 힘들다고 들었거든. 그리고, 갔다 오면 돈도 많이 벌수 있다고 하더라고. 1석2조 좋구나!

 

결심을 굳힌 나는 그날부터 정보를 수집했지. 그리고는 그 당시 유행하던 지역신문에서 선원모집광고를 발견하고, 바로 가서 면접을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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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지역신문이나 구인광고에서 선원 모집을하는 회사는 99% 소개소야. 광고에는 큰회사처럼 선전하면서 마치 해운회사에서 직접 뽑는 것처럼 위장하지만, 결국 소개비를 받고 모집대항하는 소개소일 뿐이야. 법적으로 모르겠지만 원양어선을 타러 오는 사람들 중 대다수가 돈을 목적으로 타는 사람들인데 중간에서 등치는 건 좀 야비한 거 같아. 그 소개비가 나중에 본인월급에서 나가거든. 적은 돈도 아니고.

 

그렇게 소개소를 통해서,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통일호 밤기차를 타고 출발했어. 젊음의 힘! 이것으로만 버티기엔 그때 난 철도 없었고, 세상도 몰랐으며, 순진하기 까지 했지.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내내, 혹시 나 섬으로 팔려가는 거 아녀? 섬으로 팔려가면 죽을 때까지 두들겨 맞으면서 육지로도 못나온다고 하든데...하는 두려움과 걱정이 들었어.

 

서울에서 나와함께 같이 배를 타려고 출발한 일행들이 7명인가 8명인가? 가물가물. 모두 다 나보다 형님들이였고, 그중에는 마흔이 훌쩍 넘는 형님도 계셨어. 같은 목적을 가지고 가는 일행들이라 그런지 서로에서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지.

 

아무래도 세상을 나보다 더 많이 살아오셨던 분들이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자세한 기억까지는 안나지만 인생의 전환점을 삼고 싶어서 배를 탄다는 그런 이야기였어. 사업도 말아먹고, 이혼하고, 기타 등등. 보통의 마흔 나이에 사회에서 자리 잡고, 가정이 무탈하면, 굳이 원양어선을 타러 가진 않겠지. 그래서 배를 타러 오는 사람들은, 참 사연이 많은 거 같아. 사회의 밑바닥을 경험하고 그 밑바닥에서 올라오지 못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배를 타는 것 같아. 아 이건 지극히 내 주관적인 견해이니, 오해하지 마시길. 배를 주업으로 삼고 열심히 사시는 분들도 분명히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 나도.

 

멀리서 새벽이 오는 여명이 올 때쯤, 나를 실은 기차는 어느덧 부산에 도착을 하고, 우리 일행은 소개소 직원을 따라 어느 회사에 면접을 봤어. 원양어선의 구인란은 꽤 심각했지만 면접만 만만치 않더라고.

 

전과가 있나, 몸에 문신이 있나, 군대는 다녀왔냐.. 등등 생각했던 것보다 까다로웠어. 결국 처음 면접을 본 회사에서 나이가 어리고 군대를 안 다녀왔다는 이유로 탈락을 했고, 두 번 째 면접을 본 회사는 규모가 작은 어업회사였는데, 거기서 무사히 합격을 하고 같이 내려온 일행들과 아쉬운 작별을 했어. 무사히 잘 지내고 꼭 돈 많이 버시라고, 그리고 힘내시라고..!!

 

난 합격만 하면 바로 출항하는 줄 알았는데, 출항을 하려면 아직 보름쯤 더 있어야 한다면서 그동안 배를 수리하는 것 좀 도와주고, 이런저런 기본상식을 알아야 한다면서 숙소로 데려가더라고 그 다음날 병원에서 검진을 받고, 어업 훈련소 라는 곳가서 훈련을 받기위해 등록을 하고, 내가 타는 배를 보러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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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타는 배를 처음 본 그 느낌은, 마치 낯선 여인네의 몸을 더듬는 느낌이랄까? 매우 흥분되고, 설레고, 두렵고, 떨리고..조심스레 출렁이는 배에 한발짝 딛는 그 순간이 매우 짜릿했어. 아 내가 드디어 배를 타는구나 하는 생각에 바짝 긴장도 되면서 그렇게 일주일 동안은 오전에 어업훈련소에서 교육을 받고, 오후에는 배에 가서 이런저런 잡일을 하면서 보냈지. 선장님도 처음 뵙고, 항해사, 갑판장, 그리고 햇또 (Head, 책임자의 일본식 발음).

 

난 갑판장이 왠 남자를 자꾸 야! 햇또~ 햇또~ 이러면서 부르니까 저사람 또라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햇또의 위치는 부갑판장쯤 되는 사람이더라고.

 

건강검진도 무사히 통과되고, 어업훈련소에서 훈련도 수료 하고나니 선원수첩이 나오더라고 이걸로 위급 시에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여권도 된다고 하니 마치 뭐가 된 거 마냥 으쓱해지는 기분,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지.

 

출항날짜가 결정되자. 제일 걱정 되는 게 그녀 였지, 사실 배 타러 오기 전부터 눈물 쏟아내면서 말렸는데, 내 인생 내가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고싶다고, 우기면서 온 거였거든. 그 날 저녁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서 '며칠 후 출항하니, 나 잊고 열심히 살아라, 좋은 넘 있음 빨리 만나고' 라면서 그녀를 위로했는데 그 다음날 그녀가 부산에 온거야. 죽으러 가는 사람도 아닌데, 그녀는 펑펑 울면서 나쁜 넘이라고 너 가면 다신 안본다고, 번화가 남포동 거리에서 주저앉고 우는, 마치 영화처럼 말이지.

 

차분히, 그녀에게 어차피 군대 가는 셈 치면 되지 않겠냐, 군대는 2년6개월이지만 난 1년만 가따온다. 군대보다 짧지 않냐~ 라는 말로 그녀를 설득했고 우리는 하루 밤을 같이했지.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군대에 군 담배 라는 게 있지. 국방색 띠로 [면세] 라고 붙어서 나오는 담배, 그게 외항선원용도 나오더라고. 그리고 중요한 건 면세. 그때 외항선원용 담배로 판매되던 담배가, 88 / 디스 / 글로리 / 한라산 따위였는데 군담배와는 다르게 주황색 띠를 둘렀고, 외항선원용이라 찍혀서 나왔어. 그리고 일단 가격이 참 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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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담배 얼만큼 필요하냐고 해서, 88 한 박스를 주문하고, 장기간 항해에 필요한 물품들을 사러 항해사와 같이 자갈치시장으로 나갔어

 

외항선원들이 필요한 물품을 사는걸 사시꼬미(일본어 시코미しこみ의 잘못)라고 불렀어. 빤스 30개, 난닝구 30개, 츄리닝, 반바지, 칫솔, 면도기 기타 등등. 두 손에 한 짐 가득 샀는데, 항해사는 픽 하고 웃더라고, 아주 나중에 안거지만 그런 거 다 필요 없었어. 역시 경험이란 무서운 거야.

 

그날 무사히 만선을 기원하면서 우리가 타는 배에서 제를 올리고, 낮부터 시작된 술자리가 밤늦게 까지 이어졌어. 그렇게 출항 날이 다가왔고 나를 실은 500톤의 [진양호] 는 천천히 부산항을 출발했어.


아... 남태평양!

 

출항 전에 한 보름정도 숙소를 같이 쓸때만해도, 항해사나 갑판장이나 햇또나 그다지 무섭거나 위압감을 준다거나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어. 뭐랄까 그냥 동네에서 흔히 볼 수있는 형들 정도? 허나, 그건 다 위장술에 불과 하다는 걸 배가 부산항을 떠나고 10만에 알게 된 거지.

 

출항 전에, 사람들에게 욕이나 강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면, 배를 안탄다고 할까봐 그다지 터치를 안 하더니 막상 배가 출항하고 나자마자 바로 반말과 욕설이 바로 튀어나오더라구. 자꾸 군대랑 비교해서 좀 그렇긴 한데, 군대는 그래도 나이 먹고 가면 대접이라도 해준다면서? 고깃배는 그런 거 없어.

 

철저하게 계급이고, 반말과 구타는 그냥 기본 옵션이야. 나도 눈물 나게 맞아 본 적도 있고.

 

어쨌든 배가 출항과 동시에 우리가 탄 배는 대한민국에서 정확히 반대쪽에 있는 남태평양의 아르헨티나로 향했지. 남태평양하면, 대충 감이오시나? 시속 10노트 내외의 원양어선으로 하루24시간 쉬지 않고 내달려서 45~50일 정도 걸리는 동네가 바로 아르헨티나야.

 

보통 우리의 상식으로 아르헨티나? 하면 비행기타고  가는 동네 라고 생각하는데 그 거리를 무려 45일에 걸쳐서 가는 거야. 얼마나 지루하냐면 보통 배에서 깡깡이(녹슨 부분을 벗겨내고 새로 페인트를 덧칠 하는 것)를 하는데, 대한민국에서 아르헨티나 갈동안 배가 새것으로 변해. 환장할 노릇이지.

 

도대체 어떤 물고기를 잡는데, 거까지 가느냐면 바로 "오징어" 를 잡기위해 가는 거야 .

 

오징어? 동해에서도 많이 잡히는데? 허나, 우리가 모르게 오징어는 다양하게 쓰이더라고, 대표적으로 여자들 화장품에도 쓰이고, 가축의 사료로 같은 데에도 쓰이고. 그런 오징어의 대표적 어장이 바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있는 남태평양이야. 그 동네에선 오징어를 안 먹어서 우리나라 선단들이 그쪽에서 많이 어획을 해.

 

한국에서 남태평양을 갈 때, 적도를 통과하거든, 적도근처의 바다가 얼마냐 더운지 지금도 안 잊혀져. 평생 그런 더위는 아마 다시 겪기 힘들거 같아, 딱 빤스만 하나입고 갑판위에 있어도 땀이 좔좔 흐르고, 잠을 못 잘정도로 미치도록 더워.

 

원양어선의 시설은 매우 열약해. 선원들 잠자리도 딱 한명 들어가서 누우면, 뒤척일 공간도 없을만큼 정말 협소해. 그런 더위에서 옆에 누가 오면, 사람이 내뿜어내는 열기조차도 짜증이나, 그래서 자연스레 피해. 서로를.

 

왜 신영복 교수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을 읽어본 횽아들은 연상할 수 있을 거야. 감옥이나 배안이나 별반 다를 게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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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진짜 무서운 게 바로 멀미. 내가 멀미를 한달 넘게 했어. 멀미 해본 사람들 그 고통알지? 머리 속에서는 수박만한 돌덩이가 지나다니고, 속은 바퀴벌레 수백마리가 내장을 헤집고 다니는 그 환장하고 미치는 증상. 그걸 무려 한 달을 넘게 했어.

 

그렇지 않아도 걱정이 되서, 떠나기 전에 귀.밑.에. 붙이는 멀미약, 알지?? 나름 준비한다고 준비를 했는데, 그딴 거 다 아무짝에도 도움이 안 돼. 밥 먹고 토하고 밥 먹고 똥물까지 한번 쏟아내고. 이 심오한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다보니까 어느새 내가 바다의 출렁거림과 하나가 되어 있더라고. 나중에는 바다의 출렁임에 맞춰서 똥 쌀 때도, 그 스므스한 리듬이 맞추는 경지에 올랐지. 넓디 넓은 대해에서 달리는 배의 난간을 부여잡고 똥 싸는 기분~ 아무도 모르지? 그 쾌감과 스릴은 느껴 본 자만이 가지는 우월함!

 

부산을 출발 할 때 2월말이었는데, 목적이 오징어어장에 도착을 하니 4월 인거야 벌써.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오징어 배는 굉장히 밝은 등(집어등)을 켜고 오징어를 배주위로 유인한 다음 조상기란 기계를 이용해서 어획하는 시스템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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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연근해선으로 조금 규모가 작은 배인데, 머 대충 이런 배가 좀 크다고 생각하면 오케이. 사진에는 잘 안 보이는데 노란 롤러 밑에 있는게 조상기란 기계야. 낚시 줄에 야광찌를 묶어서 수심 100~200m 정도 까지 내려가서 오징어를 낚아 올리는 거지.

댓글 5

소령(진) 리오qwe

인생뭐있냐

2015.06.07 00:56:08

저도 지금은 노가다하지만 배한번타고 나가고 싶은생각이 있네요 몇번 배탈려고했는데 교통사고로 청각 장애인이되서 2번인가 / 퇴짜맞은적이 있어요ㅋㅋ 멀미 힘드죠 그런데 세계일주한다 생각하고 기회가 되면 배를 타고싶어요 배를타면 배트맨 미적은 없을듯 고맙습니다 힘내시고 건강하세요 홧팅

병장 내귀두캔디

빨아서 달콤했니

2015.06.07 02:08:48

이런거 좋다

소령(진) 투스타

2015.06.07 02:10:43

잘 봤네요`~

대위 홀어머니

내가 말 했냐,안했냐,

2015.06.07 09:03:43

지금도 이런거 있나?

상병 갓포웰

갓테임즈 천상천하유아독존

2015.12.17 07:06:17

와 멋잇네요^^ 잘읽었습니다^^

신고를 접수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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