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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을 줏엇다 (장문주의)

중사 올킬남

전과없음

2013.07.18가입

조회 3,190

추천 0

2016.01.02 (토) 08:32

                           난 술을 좋아한다
대학 신입생때 종종 술을 필름이 끊어질때까지 마시고 길에서 아름다운 새소리에 잠이 깨어 눈을 떠보니 홍대 한복판 길바닥 위거나 새소리라 들은것은 오토바이 소리인경우도 많았다. 

하늘이 이불이고 술에 취해 잠들면 추운것을 모르며 신문지가 그토록 포근하다니 해골바가지에 담긴 물을 먹지 않아도 원효대사의 가르침을 깨닫는 시간들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깨달음과는 별개로 난 두번이나 입이 돌아갔고 어릴때 드라마 허준에서 본 구안와사를 연기하던 연기자는 입을 실제처럼 비틀어 돌리지 못했다는것을 알 수 있었다.

그때 내 별명은 한동안 투페이스였는데 당시 투페이스는 아론 에크하트처럼 간지나는 투페이스가 아니라 개그 캐릭터였던 토미 리 존슨의 투페이스였다.

비중이 리들러한테도 밀리는 투페이스 
악역이 아닌 배트맨에 대한 삐뚤어진 열망으로 난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하곤 했다.


그날도 술을 마시게 되었다. 
동네는 성인이 되서 이사온 곳이라 친구가 없어서 술은 보통 홍대에 나가서 마시는데 술에 취하면 나는 멀미가 나서 버스타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에 잘곳을 꼭꼭 미리 섭외해두고 술을 마시곤 한다.
그런데 그날은 다음날 아침에 어머니가 김장할 배추를 절여야 한다고 집에 꼭 들어와 있으라고 해서 버스에 탔다. 

연어마냥 귀소본능을 발휘해야하는 날, 연어를 잡아먹으려 소하하는 연어길에 곰이 있듯이 문제는 꼭 이런날 발생한다. 

멀미가 날것같아 내리고 좀 쉬었다가 다시 버스를 타고 하면서 집에 오는동안 같은 번호의 2천4백원짜리 광역 버스를 7번이나 다시 타고 우리동네 정류장에 다와서 택시를 탈걸하고 후회했다.


정류장에 내리니 미역이 있었다. 

난 취하면 사람을 잘 줍는다.
엄밀히 말하면 내가 취해있을때 취해서 길에 자고있는 사람을 보면 그냥 못지나간다.
남자의 경우 입이 돌아가서 투페이스가 되서 악당이 될 것만 같고 여자의 경우 취해서 길에서 잠좀 잔다고 남정네에게 몹쓸짓을 당할만큼 잘못한건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에 꼭꼭 줍는다. 

이전에 쓴 글에서 언급한 술에 취한 아저씨를 주운지 일주일도 안되서 이번엔 여대생을 줍게 되었다. 

미역이라 생각했던 그것은 긴 생머리의 여자가 머리카락을 산발을 하고 엎어져 자고 있었던것이었다.

술에 취한 난 해조류가 왜 여기있지?라고 생각했고 그게 사람임을 깨닫는데는 꽤 걸렸다. 
아무튼 경찰에 신고하려고 옆에 쪼그려 앉았다.

남자의 경우 대충 주워다 앉혀놓고 경찰에 신고하면 되는데 여자의 경우 괜히 손대기도 그래서 길바닥에 엎어져 자고 있어도 볼이 저 차디찬 아스팔트위에 껌딱지처럼 붙어있어도 왠만큼 심각하지 않으면 그냥 둔채 경찰에 신고하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평소보다 너무 추웠고 보통은 이런날씨에 길에서 자면 얼어죽을 수도 있고 이 여자한텐 포근한 신문지도 없었다.
이 여자의 머리카락 속에 볼따구는 차디찬 바닥에서 서서히 얼어가고 있을것이고 내일 아침밥조차 제대로 씹지 못하겠지? 그래 그건 좀 그래라고 생각하며 미역을 들어올렸다. 

미역에 딸려올라온 얼굴을 보고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학원강사였던 5년전 내가 기억하는 그 아이 
5년전 중학생이던 그 아이 내 제자. 
그 아이가 이제 성인이 되서 술을 먹고 길에서 자고 있는것이었다. 

아마 이런걸 청출어람이라고 하지 않나? 
이런건 가르친 기억은 없지만 가르치지 않은 내 모습까지 판박이었다. 

그땐 새볔 1시반이 넘었지만 이 학생의 어머님 번호가 아직 내 전화에 저장되어 있었고 경찰보단 어머님에게 전화를 하면 간단하겠다 생각해서 그애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고 그게 문제의 발단 이었다. 

자다 깬듯한 목소리로 학부모님과 나는 5년만에 통화했다. 
5년전 이 아이의 고등학교 진학상담때도 이렇게 긴장했던가 떨리는 마음으로 말했다. 

댁의 따님이 길에서 자고 있어요

어머님은 이년이 내가 집에 없다고 라는 식의 말을 하셨던것 같고
난 지금 여기 장기동 정류장이니까 데릴러 오세요 했더니 어머님은 자기가 지금 친정에 와 있으니 애 아버지나 언니한테 전화를 하라고 하셨다.

내가 얘의 아버지나 언니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을리 만무했고 취객줍 할때마다 조심했던것이 무색하게 난 술에 취한 외갓 여자의 주머니를 뒤지게 되었다. 

주머니를 뒤지는데 별게 다나왔다. 
이 병신년... 아니 을미년에 나의 사랑하는 제자가 씹던 껌을 주머니에 넣어놨구나 하하 손이니 다행이지 옷에 안달라붙은게 어디야 하면서 핸드폰을 찾았는데 패턴락이 걸려있었다. 

귀찮은건 딱 질색인데 라고 생각하며 난 내 제자를 깨우려고 흔들기 시작했고 제자는 눈을 번쩍떴다 
하나,둘, 그리고 내 바지에 토했다. 

그 앤 대체 뭘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내 바지와 자신의 머리카락에 내가 궁금하지도 않았던 본인의 안주거리를 확인시켜줬고 그애 머리카락은 미역 줄기에 따개비가 붙은것 같았다. 

일단 뒷수습은 미루고 패턴이나 풀라고 한뒤 그 애 아버지와 언니에게 전화를 했는데 둘다 받지 않았고 어머님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그럼 선생님이 우리 애좀 집에 데려다 주실래요? 하길래 지금 두시가 다 되어 갑니다 나 집에 가고 싶어요 경찰에 인도하고 갈래요 했지만 경찰은 절대 안된다는 어머님의 기백넘치는 목소리는 포스와 함께 했고 날 조종했다. 


주소를 받아적고 그 애를 들쳐업고 택시에 타려는데 날 자기 남자친구로 생각했는지 군대 간다더니 다시 돌아왔구나!라고 말하며 나한테 키스하려고 했다.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 라고 좋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애 볼따구에 붙은 옥수수조각을 보자마자 난 그만 그 애를 패대기치듯 던졌고 토 냄새 나니까 저리 꺼져라고 말해버렸다. 

조금 삐진듯 했지만 내가 자기 남자친구가 아니란걸 인지하면 풀릴테니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다시 추스리고 택시를 타고 집에 가서 어머님에게 비밀번호를 물어보고 문을 열고 여자애를 방 침대에 눕혔다.
베개는 물론 시트까지 토 범벅이 됬지만 내가 알바 아니지하고 화장실에 가서 바지를 수건으로 털어내기 시작했다. 

그때 방에서 아버님이 나왔고 날 보자마자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다.

잠시만요 아버님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요 근데 그거 아니에요 설명할 수 있어요 진짜 설명 가능해요라고 외치며 한참을 얻어 맞는데도 우리 제자님은 코를 골며 세상모르게 잠들어 있었고 난 그날 처음본 학생의 아버지에게 래리어트를 날렸다. 

잠시 넘어진 아버님이 일어나자마자 앞에 재빨리 무릎을 꿇고 앉아 울먹이면서 제가 얘 선생님인데요 아니 선생님이었는데요 애가 술이 많이 취해서 아뇨아뇨 제가 먹인건 아니구요 그냥 어머님이랑 통화를 해 보세요 하고 전화를 걸어 바꿔드렸다. 

 어머님에게 사정 설명을 들은 아버님은 죽을죄를 지었어요 선생님 하면서 할복이라도 할 기세였고 집에나 좀 가게 해주세요 라는 나의 요청에 우리 집 아파트 단지 안 현관까지 날 데려다 주셨다. 

다음날 처음 듣는 새소리에 잠에서 깼는데 이번엔 오토바이 소리는 아니고 그애 전화벨소리였다. 
내가 걔네 아버지랑 언니한테 전화를 시도하고 전화기 내 주머니에 넣었던것이다. 
받으니 그 애였다. 

간밤에 그 난리는 기억이 안나는듯 선생님 오랜만이네요 근데 왜 선생님이 왜 제 폰을 가지고 계세요?라고 하길래 
너 토하고 나한테 키스하려한거 기억안나냐고 따져 물었다 그애는 그게 다 꿈이아니었구나 토 냄새 난다고 꺼지라고 한게 꿈이아니었구나라는 말만 반복하는걸 보니 아마 멘탈이 나노입자가 되도록 바스라진것 같았다.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전화기를 건네주면서 생각했다.
난 배트맨이 아니다.
앞으론 사람 줍지 말자. 
술에 취해 자고 있거든 그냥 종이에 '돌멩이가 아닙니다 사람이에요 발로차지마세요'라고 적어만 주고 오자 라고 생각했다.
,

댓글 1

상병 엘롯기

2016.01.03 02:30:48

글좀남기지말아라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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