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우인 기자] '무전유죄 유전무죄(돈이 있으면 죄가 없고, 돈이 없으면 죄가 있음)'는 지난 1988년 탈주범 지강헌의 절규로 유명해진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우리 주위에서 여전히 도사리고 있었다.
지난 2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무기징역형을 사는 재벌가 사모님의 이상한 행적을 추적한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 여대생 청부 살해사건 그후'가 전파를 탔다.
부산지역의 손꼽히는 사모님 윤모 씨는 자신의 사위가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해 사람을 붙였다. 사위의 외도 상대로 윤 씨는 당시 이화여대 법학과에 재학 중인 하지혜(23) 양을 지목했고, 미행을 지시했다.
하 양은 계속된 미행과 이상한 전화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 양의 아버지는 자신의 딸을 의심하는 사람이 윤 씨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데 윤 씨의 판사 사위는 하 양과는 사촌지간이었다. 하 양의 아버지와 하 양은 결백을 주장했지만, 윤 씨는 이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2002년 하 양은 야산에서 공기총을 여러 발 맞아 사망한 채 발견됐다. 범인들은 해외로 도주한 상태였다. 하 양의 아버지는 윤 씨가 살인을 지시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에 해외로 도주한 범인들의 행적을 직접 쫓았고, 결국 하 양이 사망한 지 1년여 만에 범인들은 검거됐다.
범인들의 자백으로 윤 씨는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게 된다. 윤 씨의 형이 확정됐을 때 하 양의 아버지는 "그나마 우리나라는 법이 살아있다. 정의는 영 무력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 양 아버지의 귀를 의심케 하는 황당한 일이 얼마 전 발생한다. 형기를 절반이나 넘는 6년여 동안 윤 씨가 감옥이 아니라 병원의 특실에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하 양의 아버지는 제작진에 딸을 잃은 지난 11년 세월, 직접 수집한 윤 씨의 모든 수사기록과 재판기록, 수감 이후의 행적 등을 담은 자료를 공개했다.
제작진이 취재한 결과, 윤 씨는 12가지 질병에 시달린다는 이유로 지난 2007년부터 형집행정지를 통해 모두 38번 입원했다. 제작진은 다른 의사들에게 윤 씨의 주치의 진단서를 자문해 윤 씨의 현 상태가 형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질 만큼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 소견을 들었다.
윤 씨의 주치의는 그러나 제작진의 만남을 극도로 꺼렸으며, 자신이 진단할 때는 윤 씨가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형집행정지가 이뤄지는 데 조건과 절차가 까다롭다는 근거를 들며, 윤 씨의 형집행정지를 허가해준 검사의 입장을 들으려 했지만, 검사는 이들과의 접촉을 끝까지 피했고, 언론이 숨통을 조여오자 결국 오는 6월 17일로 예정된 윤 씨의 형집행정지를 전격 취소하면서 한발 물러났다.
이같은 결정에 하 양의 아버지는 "기쁘면서도 무겁다. 피해자는 죽어야 하고, 가해자는 살아서 자유롭게 지낸다면, 이 세상에 그와 같은 불공평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또 어디 있겠느냐. 이번 결정이 사후약방문식이 아니길 바란다"고 신신당부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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