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떄 일진녀랑 사귄썰[20]
반층 위에서는 지금까지 교실에서 일진녀 홀로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고 반층 아래 건물 밖에서는 여학생과 중딩녀가
나를 만나기 위해 들어오려하고 있었음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음 일진녀에게
먼저 가야하나 아니면 지금 학교 밖을 나가야하나..
두사람이 만난다면 분명 누구 하나 기분 좋을 사람이 없을거임
그때든 생각이 만약 지금 나간다면 어떻게든 둘러대서 여학생이랑은
데이트를 계속할 수 있겠지만 일진녀와는 완전히 끝날거임
내가 일진녀에게 먼저 간다면 용무를 보고 다시 여학생에게
가겠지 당연히 자기를 기다리게 한것이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적당히 학교에 올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 내고 기분을
풀어줄겸 재밌게 놀아주면 될거같았음
단아하고 여성스러운 성격의 여학생이 여기까지 올라오진 않겠지
상황을 나름 괜찮게 정리했으니 이제 일진녀에게 갈 수 있게 됨
계단을 올라 어둠에 가려진 교실문을 조용히 열어 보았음
그러자 그 안에서 일진녀가 자기 자리에 앉아 폰을 만지고 있는거임
폰의 화면불빛이 일진녀의 뚜렷한 이목구비와 차가운 입김을 비추었음
일진녀는 폰을 책상 위에 놓아두고 나를 쳐다보지 않고 주머니에 손을 넣음
지금 느껴지는 많은 감정 중에 미안함과 측은함이 가장 컸음
...늦어서 미안해
한달이야.. 우리 대화를 하는게 한달만이야
... 미안하다 내가 속이 좁아서
됐어, 나도 뭐라고 말할 처지는 아니니까..
힘없이 말하던 일진녀가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봐줌
막상 눈을 맞보고 있으니까 장소와 분위기도 한몫을 해서
착잡하면서도 설레는 묘한 감정이 치솟더라
그때 일진녀가 허리를 굽혀 책상 위에 엎드린 자세로 있는거임
두손은 주머니에 넣고 고개는 내가 있는 쪽을 향하는데 범접할 수 없는
포스에 심장이 떨리더라 그러면서 아픈 목소리라고 해야할까
갈라지는 목소리임에도 고운 목소리로 천천히 뜸을 들이고 말을 이어감
그거 알아? ...나 고등학교 입학하고 나서 ..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사람이...
너야...
그 말에 나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음
분명 공기는 차가운데 목에서부터 얼굴로 열기가 올라왔었음
나는 침을 꼴깍 삼키고 멍 때리듯 사색에 잠긴 일진녀의 말을 기다렸음
.. 근데 나는 .. 너도 알잖아, 내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게
...어울리지 안잖아. 그걸 인정하기에는.. ..
내 자존심이 너무나 높은 성벽 같았어..
그래서 그랬어... 좋아하면서도 그걸..
인정하지 못했어.... 그래서 미안해..
나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음 그저 일진녀의 말을 가만히
들으며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을 하고 한마디 한마디에 움찔했었음
일진녀는 언제나 사귈 준비가 되어 있던 거였음
나는 그저 거기에서 사귀자는 말을 꺼내기만 했으면 되었던 거임
일진녀는 내가 먼저 고백하기만을 가슴 졸이며 지금까지 기다렸고
나는 어중간한 일진녀의 행동에 자신감을 잃고 혹시나 고백을
했다가 거절당하면 영영 끝이니 이렇게 그저 가까이에라도
머물 수 있는 친한친구 사이로 계속 남아있는 걸 선택한거임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하지만 아무도 모를꺼임 일진녀가 내 어깨에 기대 잘때
속삭이며 해준 혼잣만이 무엇인지..
일진녀야... 자? ..내가 많이 생각해봤는데
내가 너 참 많이 좋아한다.. 우리 이제 좀.. 사귀자..
그래도 이 말은 지금 여기 일진녀 앞에서 꺼내줄 수 없었음
아직까지 일진녀의 확답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음
자존심에 먼저 사귀자는 못꺼내서 미안하다는 말만 하려고 이까지
나를 부른게 아니란 것을 짐작하고 있었고 그말만 하고 끝낼거였다면 말하느니만도 못한거임
역시나 일진녀도 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내 반응을 살폈고
나는 애써 담담하게 일진녀가 확답을 내놓기를 기다리고 있었음
고요함과 어색함이 우리 주위를 감싸고 돌고 있었음
그리고 .. 많이 들어보았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중딩녀와 여학생이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 소리였음
일진녀도 갑작스런 인기척에 얼른 몸을 일으키고 교실 문을
바라보다가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째려보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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