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때 일진녀랑 사귄썰[14]
어찌되었던 간에 일진녀와는 몸의 대화를
나누었기에 거의 사귄다고 봐야하겠지만
실질적인 고백도 안했고 다른 이들도 우리가
친한줄만 알지 어느정도로 가까운지는 몰랐음
게다가 일진녀는 남자친구가 없다고 했지만
예전에 물었을 때는 있다고 했고 일진남의
존재도 무시하지 못했음 그렇게 가깝고도 먼
일진녀와 알 수 없는 묘한 관계를 유지해나감
그러다 어느날엔가 저녁에 친구랑 시내를
거닐고 있는데 한 무리가 도로에 모여있는거임
자세히 보니 일진녀와 그 또래들로 보이는
학생들이 바이크 앞에서 죽을 치고 있었음
일진녀랑 일진녀 친구 말고는 다 모르는 사이라서
괜히 저기로 가기가 민망해 자리를 피했는데
저 멀리서 바이크의 엔진음이 시끄럽게
들리더니 그들 무리로 쓕 하고 가는거임
헬멧을 벗고나자 그 사람이 일진남이라는 걸
알게 됨 그렇게 자기들끼리 시끄럽게 떠들더니
일진남이 뒤에 일진녀를 태우고 출발함
난 그 모습을 보고있기만 함 바이크가 우리쪽으로
와서 옆으로 빠르게 지나가는데 일진녀랑 눈을
마주침 두손을 일진남 허리에 둔 채로 웃고있던
일진녀는 짧은 순간 나랑 눈을 마주치자
지나가고 나서도 뒤를 돌아 나를 바라봄
난 그 자리에 서서 아무말도 안하고 바이크가
지나간 곳을 멍하니 바라봄.. 그때 친구가
안가고 뭐하냐고 불러서 정신을 차림
가서 일진녀를 대리고 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사귀지도 않는 사이일 뿐더러
자기들은 매번 저렇게 노는데 가서 대려오는건
괜한 오지랖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음
그래도 막연히 일진녀가 바이크에서 내려
내쪽으로 오지 않을까하는 맘도 있었음
혹시나 연락이 올까봐 폰을 꺼내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가진거라곤 주머니 속의
먼지 뿐이었음 그래, 난 일진녀와는 다른
세상에 살지.. 나는 누구랑은 달라서
바이크 하나 없어 같이 가고픈 어느 곳에도
대려다주지도 못하고 잘 놀지도 않아서
재밌게 해줄 수도 없네..ㅎ 웃고있던 모습을 보니
행복해보이고 좋더라.. 그리고 그날도 친구를
떠나보내고 홀로 빈방에 들어가 눈을 붙임
이학년 진학 때 늦잠을 자서 학교엘 늦게
갔는데 버스를 타니 일진녀가 떡 하니
뒤쪽 창가에 무표정으로 기대있더라 난
일진녀의 옆이 아닌 앞좌석에 앉았음
그랬더니 일진녀가 깜짝 놀라며 표정이 밝아짐
어? 갱군아 안녕! 같이 버스 타는거 오랜만이다
그러게.. 피곤해서 그런데 눈 좀 붙일게
도착하면 깨워줄래?
어..? 응..
그렇게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음
그렇게 버스의 우우우웅~ 하는 바퀴소리를
들으니까 슬슬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함
꿈이랑 현실에 중간즈음에서 헤롱거리는데
귓가에서 뽀득, 뽀드드득하는 소리가 들려옴
처음에는 그냥 있었는데 뒤쪽에서 들리기에
신경쓰여서 살며시 뒤를 돌아보니까
일진녀가 창문에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적는거임
그래서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까 일진녀가
씨익하고 웃으면서 창문에 입김을 호- 하고 붐
그러면서 살짝씩 지문을 따라 글이 보이는데
☜ 잠탱이
라고 적혀있는거임 그때 일진녀가 원래
목소리가 고왔지만 진짜 미성의 고운 목소리로
잠탱이.. 라고 말을 함 기분이 묘했음 살짝 붕
뜨는 느낌이 들면서 저절로 미소짓게 됨
우린 그간 조금 더 가까워져 있었음 학교에서도
애들은 우리가 사귀는 줄 알고 있었고 다들
우리도 그걸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었음
같이 카페나 편의점에 들릴 때면 종업원이나
알바생이 우리를 커플로 착각하고 곤욕을 치룬적도 많았음
누가 커플이 아니냐고 물을 때마다 우린 웃으며 아니라고 답함
길을 걷다가 이쁜 목도리가 있으면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사주기도 하고 붕어빵이나 오뎅도 사서 먹여주고
하는 훈훈한 일상을 보내면서 마냥 행복했었음
이학년이 되고 위조한 민증으로 모텔에 들어가
둘이 술을 마시다가 침대에 기대 영화를 보는데
일진녀가 내 어깨에 기대 자고 있는거임
가까이 있다보니 그 애의 숨소리가 새근새근 들려옴
그럴 때마다 내 심장은 콩닥콩닥 뛰었었지..
그렇게 곤히 자고 있는 일진녀에게 듣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작게 혼잣말을 하곤했음..ㅎ
행복했었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일년의 시간동안 일진녀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잊을 수 없을만큼 아름다운 나날들이 었음
역시나 언제나 좋은 일만 있는게 아닌 것처럼
겨울지나 꽃샘추위 오듯 우리에게도
시린바람 한점이 불어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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