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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떄 일진녀랑 사귄썰[34]

이등병 오이시대스

전과없음

2013.11.15가입

조회 2,157

추천 7

2013.12.10 (화) 08:46

                           그날은 주말이 었고 나는 여학생과 아침부터 만나 주변에 가볼만 한 곳을 물색했다




카페에 앉아 음료를 앞에 두고 거기가 경치도 좋고 예쁘던데, 거기에 인공호수가 있다던데 하며



데이트 코스를 정했다 결국에는 추억쌓기를 주제로 장소를 정하다보니 고딩 때 살았던 울 지역으로




소소하게 이곳저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늘상 지내던 곳이라 지겨울만도 한대 그래도 곳곳에 여중생과



만났던 장소들에 때묻지 않은 기억이 하나하나 배어 있었다 처음 만났던 곳.. 않아 얘길했던 공원벤치..



팝콘 먹다 손잡았던 영화관, 팔짱을 끼고 걸었던 맛집골목.. 대려다 주던 정거장 .. 우리는 그 장소를



지날 때 마다 그땐 그랬었지하며 과거를 돌아보며 웃었다 그러다 어릴 때 부터 들리던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마트가 보이길래 저기도 한번 들리자며 여학생과 손을 잡고 갔다 아줌마는 잘 계시려나



학생 때 날 참 좋아해주셨지.. 하면서 도착할 때 즈음에 위아래로 회색 운동복을 입고 모자와 후두로 얼굴을



가린 여자가 그 매점에서 검은비닐에 무엇을 가득담고 팔에 낀 채로 나왔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난 그 애가 일진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달에 삼일을 쉴 수 있고 쉬는 날을 고르는 박화점은 원래 주말에 한참 바빴다 그래서 대부분 평일에



쉴 수 있는데.. 하며 일진녀가 아닐거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이미 그 사람이 일진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 손을 잡고 훈훈한 표정으로 마트에 가까워지는 여학생의 모습을 보고 나는 애써 일진녀를 외면했다




제발... 못 보고 지나가라... 마음 속으로 외쳐댔다.. 빨리 걷지도 느리게 걷지도 못하며 가슴을 조렸다



일진녀로 보이는 사람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땅을 보며 걸었고 우리와 몇 걸음까지 가까워졌다 나는 앞만 보고



가고 있었으나 그 애가 우리 옆을 지나는 찰나에 엄청난 고민에 빠졌었다 그냥 이대로 지나갈 것



같은데 한번 슬쩍 훑어볼까..? 지금까지 날 못 본 것 같은데... 일진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일 수 있잖아..



심각한 궁금증이 나의 마음을 이끌었다 그 애가 나를 지나칠 때 나는 얼굴은 앞으로 향한 채로 눈만 돌려



그 애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그 애는 고개를 들어 우리가 지나갈 때까지 여학생을 바라보았다...



나는 모자때문에 그 애의 코까지 밖에 볼 수 없었지만 단번에 그 애가 일진녀가 확실하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입을 앙다문 채 서로를 지나쳐갔다..








왠지모르게 날씨가 추워진 것 같았다



일11월의 수목원에서 일진녀와 함께 곱게 물든 단풍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물이들어 간다는 것은



빛을 잃어간다는 것과 같다 서서히 탈색됨에 따라 언젠가는 그 잎이 시들어 낙엽이 된다..



여학생과 나는 3월 말의 앙상하고 연약한 나무 가지 사이를 걷고 있다 하지만 삭막한 회색빛 가지는



누구도 모르게 그 속에서 새싹을 틔울 준비를 했고 그 싹은 곧 아름답게 꽃을 피어낼 것이다



그날은 늦게까지 야외에서 여학생과 거리를 걷고 쉬기를 반복했다.. 우리는 마지막 코스로



기와집으로 향했다 시간이 늦었는데 등산복을 입은 중년의 남녀가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마당을 두른 돌담까지 백여평이 조금 넘을 이곳은 주말마다 면사무소에서 사람이 나와 청소를 하고




갔었다 딱히 관리자가 없어서 고딩시절 얘들과 담을 넘어 문을 따고 들어가 술을 마시고는 했다



나는 그 스킬을 발휘하기로 했다 여학생을 대리고 사랑채 뒤쪽으로 갔다 문지방의 고리를 푸는 법을



알고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열었는데 여학생이 내 뒤에서 새침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한지를 바른 나무문을 활짝여니 오래된 고목나무 냄새가 풍겨왔다 시골에 온 기분이었다 여학생은



불안해하며 무단침입이 아니냐고 했지만 나는 씩 웃으며 괜찮다고 말을 하며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겉과는 다르게 속은 심플하게 필요한 가구들만 있었다 우리는 문 앞에 신발을 벗고 들어왔다


조선시대풍의 가구들이 예쁘다며 골똘히 들여다 보고 있는 여학생의 옆모습이 무척 이뻤다 아침에 청소를



하고 갔는지 깨끗했다 나는 대감마님들이 앉던 자리에 앉았고 여학생은 방 중간에 두 다리를 한쪽으로


놓고 다소곳이 앉았다 아무도 오지 않을 곳에서 여학생과 있다는 것과 혹시나 관계자가 들어올까하는



불안감과 설렘에 기분이 무척이나 묘했다 밖은 이미 땅거미가 져서 어둑어둑하고 중년 부부는 돌아갔는지



아무 소리도 안들렸다 어두스름한 빛이 한지를 뚫고 들어와 푸른 빛을 내는 방 안은 무척 몽환적이었다



여학생은 단아하고 고운 목소리로 옛날 아기씨의 말투를 써서 내게 말을 건넸다




오늘 무척 재미있었사옵니다..




나는 그 말에 빵터졌고 여학생도 입을 손으로 가리고 웃음지었다 나 또한 양반의 말투로 답했다




많이 걸어서 피곤할터인데 괜찮으신지요?



저야 걷는 게 좋아서 더 좋았던 걸요.



이렇게 있으니까 오붓하고 정겹네요ㅎㅎ



..있죠, 갱군씨는 우리가 연인같지 않아요..?




네? 아ㅎㅎ 네.. 뭐..



많이 생각해봤는데.. 저.. 실은 갱군씨를 조..아해요..



....



.. 갱군씨는 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갑작스러운 여학생의 고백에 난 말을 잇지 못했다 물론 그간 만나오면서 애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모르지는 않았지만 먼저 갑자기 고백을 해 올지는 모르고 있었다.. 그래도 따지고보면



갑작스럽게 고백을 했다기보다는 내 쪽에서 고백의 고짜도 안 꺼냈으니 쟤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겠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고민 끝에 여학생은 자신이 먼저 고백을 꺼낸 것이다.. 나는 솔직히 여학생이



좋았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나는 일진녀를 잊지 못하고 있었고 여학생은 내게 있어 너무 과분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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