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기의 빅 이어]2014년 수아레스가 궁금하다
기사입력 2013-12-12 09:51
우루과이 한 CF에 출연한 수아레스. 동료가 손으로 어깨를 툭 치자 바로 다이빙하고 있다.
그라운드에서 선수를 물어뜯는 일은 예사다. 상대 슛을 골라인 앞에서 쳐내 페널티킥을 허용하고 자신은 레드카드를 받아 쫓겨났으며(키커가 실축하면서 그의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인종차별 발언으로 8경기 출장 정지와 7000만원 벌금을 내기도 했다. 골을 넣은 뒤 자신에게 과도한 다이빙을 한다고 비난했던 감독 앞에 다가가 다이빙 세리머니를 하는 무례도 저질렀다. 손으로 골을 막기만 한 게 아니라 디에고 마라도나처럼 손으로 골을 넣기도 했다. 이 모든 사건은 우루과이 출신 루이스 수아레스(26·리버풀)라는 공격수 한 명이 벌인 일이다. 기행이라는 단어는 물론, ‘막장’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부족함이 없지만 그를 미워하는 팬들은 솔직히 많지 않은 것 같다. 축구종가 프리미어리그를 뒤흔들고 있는 출중한 실력이 그 배경이다.
그런 수아레스가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추첨을 하루 앞둔 5일, 또 한 차례 사고를 쳤다. 소속팀 리버풀 홈구장에서 열린 노리치 시티와의 리그 맞대결에서 무려 4골을 쏟아부었다. 그냥 골도 아니었다. 어지간한 공격수가 한 시즌 내내 만들어도 부족할 명장면 4개를 9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완성했다. 골문 앞에서 뚝 떨어지는 30m 짜리 드롭 슛을 날리더니, 허리 높이에 있는 볼을 벼락 같은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했으며, 상대 수비수 앞으로 볼트래핑하고 자신을 뒤로 돌아들어가(수비수를 바보로 만드는) 슛을 쐈다. 마지막 골은 기가 막힌 중거리 직접 프리킥이었다. 수아레스는 지난 4월 첼시전에서 상대 수비수 브라니슬라브 이바노비치를 물어뜯어 10경기 출전 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그래서 올시즌 초반 5경기에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11일 현재 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는 뒤늦게 출발한 수아레스. 10경기에 14골을 넣어 경기당 1골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2위 세르히오 아게로는 14경기 12골에 ‘그치고’ 있다.
그의 조국 우루과이는 6일 조추첨에서 ‘죽음의 조’ D조 톱시드국이 됐다. 잉글랜드 이탈리아 코스타리카를 만나게 됐는데 상대국들은 수아레스의 괴력을 벌써 걱정하는 눈치다. 수아레스는 정말 독특한 유형의 공격수다. 타깃형도 아니고 활동량이 많은 선수라고 단정짓기도 어렵다. 갑자기 선수를 물어뜯는 이상한 행동을 하듯, 번뜩이는 본능을 발휘해 예측 불허의 골을 넣는다. 20년 넘게 잉글랜드 프로구단 감독을 지내고 있는 샘 앨러다이스 뉴캐슬 사령탑은 “정말 특이한 스트라이커다. 엄청난 에너지와 슛, 골 결정력, 공간 장악 능력 등을 갖고 있는데 볼이 없을 때도 위력적이다. 수아레스 같은 공격수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최근 축구팬들은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를 ‘신(神)계’의 선수로 부른다. 수아레스는 일단 인간계 최고 수준까지는 오른 것 같다.
리버풀은 최근 3년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지 못했다. 2011년 아약스(네덜란드)에서 리버풀로 온 당연히 수아레스도 ‘별들의 전쟁’이라는 챔피언스리그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의 이적설이 재차 불거지고 있다. 이적하든 잔류(리버풀은 현재 2위)하든 새해엔 챔피언스리그에 나가고 싶어하는 것 같다. 브라질월드컵과 챔피언스리그, 두 무대를 이제 수아레스가 겨낭하고 있다. 자국 우루과이 CF에선 넥타이 차림 신입사원으로 천연덕스럽게 변신, 팬들을 계속 웃기고 있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신(神)계를 향해 더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2014년에 제일 궁금한 선수는 수아레스다.
김현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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