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포기자 가출한 놈이 여기에 글 쓴다.
나한텐 엄청난 필력 같은건 없다. 그냥 적을 뿐이다.
1. 가출을 마음먹게되고, 장기화되며, 돈마저 다 떨어진 주제 감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상황을 비관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나를 용서하지 않을 것 같고. (들어가면 쳐맞을 것이다에 99%를 검)
돈이 다 떨어져서 더이상 못견뎌서 집에 들어가면
"역시 나는 님들 없으면 안되요"를 너무나도 명확히 인증하는 것이라서
가출을 한 놈이라는 멍에에 더해져서 엄청난 굴욕을 맛볼 것임이 틀림없다.
역시, 나도 그것을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따윈 되지않았다.
그런 일방적인 관계속에 가족과 나 사이에 (묵을대로 묵은) 꼬일대로 꼬여버린 문제들은
더 꼬여버린 상태로 잠식할거고.
두렵다. 일단, 여러방면으로 불이익과 폭력(?)과 심문, 굴욕 등을 당할까봐 두려워서 못들어간다.
이러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굶어디지고 추워디질 지경인데도 못 들어가고 있다.
2. 집으로 들어갈 것도 아닐 것 같으면, 무슨 X같은 돈벌이라도 뛰어들어서 먹고살아야할텐데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모아놓은 돈으로 놀고먹는데 익숙해져서인지..
-> 그렇다고 해서, 범죄적인 수단으로 돈을 획득할 생각도 전혀 없다.
-> 보호시설에 들어가는건, 사람들과 접촉하기보다는 혼자있기를 굉장히 선호하는 내가 결코 적응하지 못할 것 같다.
그 곳이 정말로 호의를 베풀어줄지도 의문이다.
-> 나같은 놈을 어느 사람이 도와주겠느냐.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 인맥 같은거 없다. 손벌릴 친구 그런거 없다.
-> 혼자 노출된 놈이, 집에 되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돈도 안 번다. 보호시설에도 안 간다. 도움도 요청하지 않는다.
그럼 남은건? 아사.(餓死) 아. 동사(凍死)일수도.
3. 내가 우발적인 가출의 말로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했다면 가출을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가출을 시도하던 그 시점에는 그런 생각을 결코하지 않았다.
돈만 있으면, 어디가서 사먹는 것도 가능하고, 자는 것도 가능, 씻는 것도 가능, 컴퓨터도 가능
단순하게 생각했다. 감정적으로는 돈이 결코 고갈되지 않을 줄 알았다. (더 벌지도 않을 주제에)
얼마전까지만 해도 "돈이 떨어지면 뭐 어떻게든 되겠지! 지금 일은 아니고 먼 미래 일이니까 지금 생각하기 싫다." 로 일관했다.
정말 돈이 다 떨어져가는 그 시점이 가서야 이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딱한 일이다.
이게 가족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도 걱정스럽다.
내가 "필요없을 땐, 연락도 안하고 혼자 쏘다니다가 필요해지니까 다시 들어온다" 식의, 필요할 때만 이용하려 드는걸로 보일듯하다.
4. 가출을 하게 된 시점을 시작으로 해서, 가족들에게서 전화가 쇄도했으나, 그들이 다그칠 것을 두려워하여
결코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 무서웠던 것이다.
나, 그리고 가족과 관련된 그 모든 이의 문자, 카톡, 전화를 씹었다.
그들이 가족에게 부탁받고 나를 유도심문하려는걸로 여겼으므로.
5. 계획된 가출이 아니라, 우발적인 가출이다.
그래서, 계획된 가출이라면 가지고나왔어야할 물건도 제대로 못 갖추고 진행되었다.
이것이 바깥에서 사는데 큰 걸림돌이 되었다는건 당연함.
6. 가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입대전에 여러번 해온 일이다.
이에 대한 질책, 우려, 조언, 질문 그 모든 의견을 환영한다.
일단, 현실적인 질문 하나 해보고 싶다. 집으로 들어가서 가족들이 나를 볼 때, 가족들에게 뭐라고 말해야 하는지.
가족들의 감정이 매우 격앙되어 있을텐데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건지.
나는 어떤 각오를 하고 집으로 들어가야 되는건지.
댓글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