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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그녀들의 마음은 ? - 15부

일병 사다리도박사

1범

2014.06.23가입

조회 3,110

추천 6

2014.10.24 (금) 19:21

                           

단비 누나는 걸터앉은 침대의 옆자리를 손으로 두드리며 앉으라는 시늉을 했다. 어차피 지금 이 상황을 이왕 비밀로 하기로 했다면, 애초에 수상해 보일 만한 여지는 아예 남기지 않는 것이 좋았다. 나는 군말없이 누나의 옆에 슬그머니 앉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당장이라도 혜진이가 옷장 문을 박차고 튀어나올까봐 등줄기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무슨 말인지 정말 몰라서 묻는건 아니지?"



눈높이가 나란해지고 시선이 마주치자, 단비 누나는 매번 그녀의 그 은근한 유혹도를 강조해주었던 특유의 장난스런 눈빛을 반짝였다. 행복할 수도, 슬퍼할 수도 없는 이 웃기는 상황에 마주하여, 나는 그저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정지시켜버리고 잠시 혼자 생각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어... 음.... 글쎄요."



단비 누나는 맘에 안 든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며 귀엽게 미간을 찡그렸다. 필시 내가 또 먹히지도 않을 발뺌을 하고 있는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나는 누나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또 그런 만큼 상황이 상황만 아니었다면 누나에게 따져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썸씽이 있고나서 어느새 시간이 꽤 지났거늘 여태껏 가만히 있다가 하필 오늘, 지금 이 순간에와서 그런 얘기를 갑자기 꺼내는 이유를 당최 알 수가 없었다.



"혹시.... 술 마셨어요?"



"어? 한 잔 하긴 했지. 뭐 어쨌든...."



이제보니 밝은 불 아래에 드러난 얼굴이 묘한 홍조를 띄고 있었다. 이목구비 자체가 원래 섹시하고 도발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단비 누나는, 그런 이유 때문인지 취기가 올랐을 때 어쩐지 더욱 예뻐보이는 희귀한 케이스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살짝 붉어진 그 요염한 얼굴을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 빌어먹을 상황이 갑자기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졌다.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냐."



"......"



그래요....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긴 하죠. 누난 그게 뭔지 모를 테지만.



"우씨.... 너 반응이 왜 이래?"



"뭐, 뭐가요?"



누나는 기분 상한다는 듯이 내 가슴을 세게 밀었다. 누나가 술에 취하면 어쩐지 어린애 같아지는 버릇이 있다는걸 

잘 아는 나로서는 그 모습이 마냥 귀여울 만도 했지만, 지금은 그저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는 기분 밖에 안 들었다.



"너 말이야, 지금 내가 여기 와서.... 너한테 이런 얘기 하고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



나도 사내자식이고, 또 바보 천치가 아닌 이상 지금 단비 누나가 내게 왜 이러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누나는 지금 나를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건 완전히 노골적인 어필 행위였다. 무슨 어필인지는 좀 두고 봐야 알겠지만....



'제길.... 하루만 일찍 와서 이랬으면 오죽 좋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진 못하고 내가 여전히 아무 대답도 못하고 있자 누나는 더욱 인상을 찡그리며, 마지막으로 선심 한 번 쓴다는 듯 더욱 노골적이고 유혹적인 결정타를 날렸다.



"나 오늘 좀.... 외롭고 쓸쓸한데?"



"......"



두 가지 의미로, 온 몸의 솜털 하나하나가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하나는 지금 이 적나라한 멘트를 고스란히 다 엿듣고 있을 혜진이를 생각해서였고, 다른 하나는 이런 노골적인 꼬드김에 화끈한 반응을 보여줄 수 없는 내 처지가 너무 불쌍해서였다. 



"이, 일단 좀 나가죠."



나는 일단 누나를 방에서 내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이상 이대로 뒀다간 또 무슨 얘기를 꺼낼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치 시한폭탄을 방에 품고 있는 기분이었고, 얘기를 하더라도 어디 좀 나가서 하던지 해야겠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하지만 누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이 좋은데 놔두고 왜 나가?"



"그게..."



"이씨! 내가 앞에 있는데 자꾸 어딜 보는거야?"



옷장을 자꾸 슬금슬금 곁눈질 하던 것이 티가 난 모양이었다. 나는 황급히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누나는 여전히 수상쩍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취기 때문에 세심한 의심까지는 할 수 없었던지, 다행스럽게도 옷장을 수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말이야, 난 그 때 조금 자존심 상했어."



"뭐, 뭘요?"



"넌 나를 충분히 덮칠 수도 있었잖아. 사실 나도 반쯤은.... 허락하는 분위기였고. 근데 니가 하다가 말고 중간에 그만둬 버리니까, 안심하기도 했지만 은근히 이상하기도 했거든. 내 입으로 말하기 창피해서 여태껏 말 안했지만 말야."



"......"



"자, 이제 말해 봐. 그 때 왜 그랬니?"



나는 도대체 무슨 대답을 해줘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누나 말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왜 그 때 날 따먹지 않았니?' 그냥 이거였다. 대체 내가 여기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아무리 술기운의 힘을 빌었다지만 이런 주제를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는 누나도 참 대단했다. 



"대답 안 하겠다 이거지?"



"......"



안 하는게 아니라, 못 하는 겁니다, 누님.



"좋아. 그럼 똑같은 상황을 한 번 더 만들어보지 뭐."



"네? 그게 무슨 말이...."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단비 누나의 입술이 또 다시 내 입술을 덮어왔다. 방금 전에 짧게 키스할 때는 미처 몰랐는데, 이제보니 보드카 특유의 알싸한 향내가 혀끝으로 은근히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미각 따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믿기지 않을 만큼 아찔한 감촉이 곧바로 이어졌다. 단비 누나가 내 한쪽 손을 움켜 잡더니, 스스로 손을 이끌어 자신의 한쪽 가슴 위에 내려놓은 것이었다.



'으아....'



봉긋하기 그지없는 풍만한 봉우리 위에 덜덜 떨리는 내 손이 무사히 안착하자,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도 행복할 정도로 황홀한 감촉이 나를 반겼다. 그리 실감은 나지 않지만 따지고보면 어느덧 세 번째 만져보는 가슴이었다. 하지만 만질 때마다 해일이 몰아치는 듯한 이 짜릿한 감각은 늘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아음...."



나도 모르게 단비 누나의 한쪽 가슴을 옷 위로 힘주어 세게 움켜쥐자 혀와 혀로 뒤엉킨 누나의 입속에서 옅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그 신음성을 듣는 순간 나는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 소리 자체에 놀랐다기보다는, 이 소리를 듣고 있을 혜진이에게 생각이 미쳐 한순간 이성이 깨어난 것이었다. 나는 화들짝 놀라 입술과 손을 떼고서 반사적으로 멀찍이 물러났다. 마치 벼락에라도 맞은 사람처럼.



"아, 안 돼요."



"뭐야?"



단비 누나는 잘 익어가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깨져버리자,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했는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한창 몰입하고 있었는데 내가 갑자기 찬물을 끼얹고 발을 빼버리니, 어쩐지 자존심마저 상한 듯 했다.



"......"



한참 동안 나를 기분 나쁜 눈으로 바라보고 앉아있었던 단비 누나는 이내 매몰차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 갈래."



"누, 누나."



내가 미처 뭐라고 말릴 틈도 없이 누나는 '나 화났음.'이라고 광고라도 하는 듯한 걸음걸이로 문간을 밟더니, 들어올 때 신고있었던 힐을 아무렇게나 거칠게 구겨 신었다. 힐을 신은 채로 저렇게 쿵쾅거리는 난폭한 발걸음으로 나간다면 분명 누군가에게 걸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누나는 벌써 문을 열고 나가버린 후였다.



"잠깐만요, 누나!"



남자 기숙사라서 대놓고 소리치지도 못하고, 기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톤만 올린 그 애매한 외침이 누나의 뒷모습을 쫓았다. 나는 황급히 누나의 뒤를 쫓아가려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이제서야 비로소 자유로워진 스탠드형 옷장의 문을 살며시 열었다. 



"......"



혜진이는 처음에 몸을 구겨넣었던 그 자세 그대로, 외투 더미 사이에서 무릎에 양 팔을 두르고 쪼그려 앉아있었다. 무릎 사이에 고개를 파묻고 있던 여동생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시선과 시선이 마주쳤을 때, 나는 혜진이의 두 눈에 담긴 수천마디의 질문을 굳이 듣지 않아도 읽어낼 수 있었다.



"오빠. 이게 도대체....?"



"미, 미안해, 혜진아. 오빠 잠깐만 좀 나갔다 올게."



"뭐라구? 오, 오빠!"



하지만 지금은 혜진이의 그 무지막지한 질문공세를 들어줄 시간이 없었다. 나는 혜진이의 손을 이끌어 옷장에서 간신히 꺼내준 다음, 아직도 무슨 상황인지 파악을 못 하고 있는 혜진이를 침대 위에 대충 앉히고는 다급히 신발을 신었다.



"오빠, 잠깐 기다려봐!"



"잠깐만 앉아있어. 금방 올테니까."



"오빠! 거기 안 서!?"



등 뒤에서 혜진이의 앙칼진 외침이 이어졌지만 나는 벌써 문을 닫고 복도를 달려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걱정도 되었다. 저렇게 소리치면 다른 방에서 다 들릴 텐데.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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