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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그녀들의 마음은 ? - 19부

일병 사다리도박사

1범

2014.06.23가입

조회 2,237

추천 2

2014.10.24 (금) 19:06

                           

감동넘치는 로맨스 명작
그녀들의 마음은 ? - 19부

혜진이와의 기억들 가운데, 아니... 어쩌면 내 인생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불편한 침묵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었다. 나 혼자 있는 줄로만 알았던 공간에, 알고 보니 한 사람이 더 있었다는걸 깨달았을 때의 그 느낌이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알 수 없을 만큼 오싹하고 섬뜩했다. 게다가 내 직감이 경고하는 바가 맞다면, 방금 나는 내 동생에게 결코 보여서는 안 될 모습을 보이고 만 것이다.




그 순간 정말 모순되게도, 나는 혜진이가 내 동생이 아니었다면 이 상황이 훨씬 더 무섭게 여겨졌을 거란 생각과 함께, 한편으로는 혜진이가 내 동생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 상황이 더더욱 끔찍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동시에 떠올렸다.



"좋았어?"



그 최악의 어색함을 먼저 깨뜨리고서, 마침내 혜진이가 입을 열었다. 수백, 수천의 응어리가 섞여있는 듯한 한 마디에 나는 그만 말문이 막혔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 무덤덤하게, 그리고 섬뜩하리만치 느릿하게 옷장 안에서 나오는 동생을 보고도 나는 도와줄 생각조차 못하며 멍하니 굳어 있었다.



"너.... 어떻게 된 거야?"



바닥에 두 다리를 딛고 선 채로, 혜진이는 겉옷 주머니에서 손가락 하나 정도 되는 크기의 물체를 꺼냈다. 그 작은 금속은 굳이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도 없을 만큼 익숙한, 내 방의 열쇠였다. 



"오빠 주머니에서 뺐어. 아까 수업시간에."



"왜?"



사실 말은 이렇게 묻고 있다만, 내 머릿 속은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이미 일련의 그림을 다 그려놓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굳이 이런 대화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내 이성이 아직 지금의 사태를 완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몰라서 묻는건 아니지? 오빠."



하지만 이어지는 혜진이의 대답을 듣고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설마 하는 불안감에 대한 확신 밖에는 없었다.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않았어도 그 얼굴이 내게 말보다 더 뚜렷한 무언가를 전달하고 있었다. 이 광경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거라고.... 혜진이의 눈빛은 내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잘 거야?"



"으, 응?"



"잘 거냐구."



별 것 아닌 물음에도 화들짝 놀라고 있는 나였다. 그러는 사이 혜진이는 침대에 걸터앉아 다리를 토닥거리기 시작했다. 옷장에 오래 숨어있었다보니 다리가 많이 저리다는 것을 한 눈에 보기에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으응."



"먼저 자. 나는 좀 씻고 자야겠으니까."



"지, 집에 안 갈 거야?"



혜진이는 화장실로 걸음을 떼다 말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는 듯 띠꺼운 표정을 하고서 나를 돌아보았다. 분명히 지금 이 상황에서는 내가 화를 내야 할 입장인 것 같긴 한데 바보같이 여동생의 분위기에 압도되어버린 나는 그야말로 고양이 앞의 쥐 꼴이 되어 있었다. 솔직한 말로, 삼 대 일로 맞짱을 뜨는 것보다 지금 동생이 저러고 있는게 나한텐 훨씬 무서웠다. 



"수건 줘."



"......."



걸이에 하나 걸려 있었던 수건은 방금 내가 샤워를 하느라고 써버렸기 때문에 나는 침대 밑 서랍에서 마른 수건을 하나 꺼내어 혜진이에게 주었다. 하지만 낚아채듯 수건을 받아간 동생은 화장실로 들어간지 5초도 안 되어 다시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내 칫솔 아직 그대로 있네."



"뭐?"



"들어오자마자 치웠어야지. 그 여자가 봤으면 의심했을거 아냐. 안 그래?"



냉소적으로 비웃음을 날리는 혜진이의 얼굴을 보니 나는 다시 말문이 막혔다. 세면대 옆 유리컵에는 혜진이의 말대로 칫솔이 두 개가 꽂혀있었다. 파란색은 원래 내가 쓰던 것이고, 초록색은 내가 며칠 전에 혜진이더러 쓰라고 준 얼마 안 된 새 칫솔이었다. 머무는 동안 씻지 않고 지낼 순 없으니까. 



물론 1인 기숙사 방에 칫솔이 두 개 꽂혀있는 모습은 얼핏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는 장면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비 누나가 그걸 보고 그런 종류의 의심을 할 거라는 생각은 지나친 비약이었다. 하지만 심기가 단단히 뒤틀린 혜진이는 무엇 하나라도 비꼬고 싶다는 듯 차갑게 한 번 웃고는, 내 면전에서 보란 듯이 문을 쾅 닫아버렸다. 



어이가 없어진 나는 침대 시트 위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윽고 문 너머에서 샤워기의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1인실 기숙사에 살면서 다른 사람이 샤워하는 소리를 들어본 경우가 있을 리 없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는 어쩐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크게 느껴졌다.



'샤워하는 건가...?'



간단히 손발 씻고 세수만 하는 건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훨씬 길어지자 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여기 온 이후로 샤워를 한 적이 없으니 찝찝하기야 했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지금 혜진이가 알몸으로 저 안에서 몸을 씻고 있다는 것조차도 왠지 신경이 쓰였다. 게다가 뭔가 한바탕 크게 터뜨릴 거라 생각했던 동생이 저렇게 아무 말도 안하고 있으니까 마치 폭발 직전의 활화산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되려 불안하기만 했다.



- 끼익.



마침내 화장실 문이 다시 열리자 나는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마치 지옥문이 열리고 저승사자가 걸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저승사자는 나오지 않았고,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안쪽에서 종류 별의 옷가지들이 하나하나 던져져 나왔다. 



공중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하얀색의 니트와 군청색 스커트가 허공을 날다말고 바닥에 내팽겨쳐졌다. 잠시 후 쪼그라든 검은색 스타킹도 그 뒤를 이었다. 미리 벗고 들어간 겉옷을 제외하고, 혜진이가 여기 처음 왔을 때부터 쭉 입고 있었던 그 한 벌의 옷들이 차례대로 줄줄이 튀어나온 것이다. 심지어 아래 위로 한 쌍인 하트 무늬의 하얀색 브래지어와 팬티까지.... 잠깐, 뭐라고?



"야!"



나는 순간 너무도 당황하여 다른 방에서 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잊고 소리를 질렀다. 수건 한 장만 몸에 두른 여동생이 그 꼴을 하고서 그대로 방 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것마저도 수건이 하나 밖에 없으니 아슬아슬하게 아랫도리만 가린 모습이었고, 가슴은 양 팔로 감싸고 있는게 고작이었다. 



"왜?"



하지만 혜진이의 대꾸는 나를 바보로 만들어버릴만큼 태연하기 짝이 없었다.



"너 진짜 왜 그래?"



"뭐가?"



"옷도 안 입고 그렇게 나오면 어떡하냔 말이야."



"나 여기 온 이후로 옷 한 번도 못 갈아입었어. 오빠 같으면 3일 동안 입었던 속옷 다시 입고 싶겠어?"



"그, 그래도 그렇지...."



"정 보기 싫으면 오빠 옷이라도 주던지."



나는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 혜진이가 입을 만한 옷을 찾기 시작했다. 보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여동생의 반 알몸 상태를 애써 무시하려고 노력하면서. 하지만 남자 혼자 사는 방에서 체격 차이도 많이 나는 여동생에게 입힐 만한 옷이 갑자기 나올 리가 없었다. 



결국 평소에 대충 입는 편안한 사이즈의 흰색 라운드 티셔츠를 입히기로 했지만, 위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래는 뭘 줘야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잠옷 대용의 추리닝이라고 해봐야 딱 두 벌이었는데, 하나는 방금 빨래통 속으로 들어갔고 하나는 지금 내가 입고 있었으니까.



"됐어. 이거만 입어도 되겠는데 뭐."



"무슨 소리야?"



혜진이는 서슴없이 라운드 티셔츠에 팔을 끼웠다. 그 틈에 양팔이 가슴에서 떨어져 나가자 나는 의도치 않게 동생의 새하얀 젖가슴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말았다. 우습게도 그 짧은 찰나의 순간 동안 내 눈은 아담하지만 뽀얀 살결을 자랑하는 젖무덤과, 보지 않으려 해도 너무나 선명히 보이는 분홍빛깔의 유두까지 시야에 담아버렸다. 뒤늦게 고개를 돌려보았지만, 이미 젖꼭지 끝에 맺힌 희미한 물방울까지도 모두 봐버린 후였다. 



"자, 봐봐. 다 가려지는걸."



내가 시선을 피하고 있는걸 느꼈는지는 몰라도, 혜진이는 아주 보란 듯이 당당하게 양 팔을 벌리고는 내 앞에 섰다. 물론 내가 평소에 편하게 입었던 하얀 티셔츠는 그 말마따나 혜진이의 몸을 허벅지 아래 정도까지는 가려줄 수 있는 기장감을 지니고 있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아랫도리를 가리고 있었던 수건마저 혜진이가 빨래통 안으로 집어넣어버리자, 순식간에 그 몸에는 티셔츠 한 장을 제외하곤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심지어 그 티셔츠는 하얀색인 탓에 속살이 은근히 비치기까지 하고 있었다. 



"너, 너.... 그거 하나만 입고 있을 거야?"



"뭐 어때? 오빠 팬티라도 줄거야?"



마음 같아서는 정말 내 사각팬티라도 입히고 싶은 심정이었다. 여동생에게 오빠의 팬티를 입히는 거랑, 알몸에 티셔츠 한 장만 걸치고 있는 꼴을 그대로 내버려두는거랑..... 과연 어느 쪽이 더 민망한 걸까?



"왜 오버하고 그래? 내가 벗고 있는 꼴이 그렇게 꼴사나워?"



"그게 아니고...."



"그럼 뭐야? 혹시 동생 몸 보면서 야한 생각이라도 하는 거야?"



요 며칠 동안 간간이 튀어나왔던 혜진이의 이러한 화법에는 참으로 교묘한 구석이 숨어 있었다. '설마 동생에게....' 라는 어투로 따지고는 있지만, 혜진이 본인 스스로가 이미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있지 않은가.



혜진이는 집에 있을 때조차도 이렇게 적나라한 꼴을 하고서 돌아다닌 적이 없었다. 몸을 씻는다고 해도 옷을 입은 채로 들어갔다가, 마찬가지로 새 옷을 입은 상태로 나오곤 했지 이렇게 홀랑 벗다시피 하는 꼴을 나에게 보이지는 않았다. 문득 그 사실을 감안해보니 동생의 이런 행동들이 더더욱 비정상적으로 느껴졌다.



"아, 며칠 만에 샤워하니까 개운하네."



혜진이는 나 들으라는 듯이 태연하게 중얼거리며, 그 아슬아슬한 티셔츠의 밑자락이 펄럭거리는 것도 개의치 않고 내 옆자리에 걸터앉았다. 평소에 거의 잠옷 대용으로 쓰던 저 평범한 티셔츠가, 이렇게 입혀놓으니 이만큼 말도 안 되게 야한 옷으로 둔갑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물며 그 옷걸이가 내 여동생이라니....



"잘 거라더니 왜 안 자고 있었어?"



"너 같으면 이 상황에서 잠이 오겠냐?"



"이 상황이 뭔데? 동생이 이런 모습 하고 있는거? 아니면 오빠 섹스하는 모습 동생한테 들킨거?"



당황하기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강경한 응수를 해보았지만, 그런 반응마저도 되돌아온 동생의 직설적인 대꾸 앞에 무색해져버렸다. 알아서 침대밑 서랍을 열고 수건 하나를 더 꺼낸 혜진이가 머리카락의 남은 물기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그 고요함 속의 분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괜한 허세를 부리기보다 차근차근 대화를 이끌어 나가야겠다고 마음을 바꾸었다. 



"혜진아. 오빠는...."



"아, 거슬리네 정말!"



어렵사리 서두를 늘어놓으려는 찰나, 갑자기 혜진이가 성질을 버럭 내며 침대 시트를 벗겨내었다. 깜짝 놀란 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거의 뜯어지다시피 신경질적으로 벗겨진 시트가 힘없이 바닥을 굴렀다. 내가 깔고 앉은 부위만 제외하고 처참히 떨어져나간 시트를 보며, 나는 당황보다는 황당을 먼저 느껴야 했다.



"왜, 왜 그래 너?"



"재수없게 시트에서 다른 여자 냄새가 나잖아. 며칠 만에 씻은 몸인데."



나도 모르게 입이 쩍 벌어졌다. 이게 정말 내가 10여년간 알고 지냈던 내 순진한 여동생이 맞는 건가 싶을 지경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지금 눈 앞의 이 소녀가, 내 동생 서혜진이 아니라 같은 얼굴과 이름만을 공유하고 있는 다른 사람일거라 믿고 싶었다. 이렇게 히스테릭한 모습이라니....



"애인이야?"



"뭐?"



"그 여자가 오빠 애인이냐고."



순간 뭐라고 대답해야하나 고민하고 말았다. 차마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리자 예스 올 노로 깔끔하게 대답할 수 없는 문제라는걸 혜진이도 직감적으로 느낀 듯, 눈빛을 번득이며 내게 진실을 강요해왔다.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여태껏 혜진이가 내게 어려운 대답을 요구할 때는, 딱 둘 중 하나였었다. 애교를 섞던지, 아니면 눈물 공세를 펼치던지. 하지만 오늘 처음 보는 이 새로운 방법은, 딱히 무슨 감정을 섞지도 않았는데 그 어떤 술수보다도 효과적으로 나를 옥죄어오고 있었다. 



"애인은 아니고...."



거기까지 솔직히 말해버린 나는 순간적으로 아차 하고 말았다. 속마음으로만 고민해야 할 문제를 입 밖으로 꺼냈다는 것에 대한 뒤늦은 후회였다. 하지만 이미 말은 뱉은 후였고, 귀는 들은 후였다. 



"그러면 사귀지도 않는 여자랑 그런걸 한다는 거네."



"......"



오히려 이렇게 따져오니 더욱 할 말이 없었다.



"그 여자도 그렇게 생각해?"



"뭐?"



"그 여자도 오빠를 애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냐는 말이야."



"그건...."



"그건 아니겠지. 안 그래?"



"......"



어린애라고만 느끼고 있었던 혜진이가 나를 예리하게 궁지로 몰아세우고 있었다. 이것 또한 여자의 직감인지는 모르겠지만, 정확하게 진실을 짚어내고 있는 동생 앞에서 어설픈 거짓말은 아예 씨도 먹히지 않을 것 같았다.



"좋아. 일단 알겠어. 오빠의 문란한 여자관계는 이따가 좀 더 캐보기로 하고...."



"무, 무슨 소리야? 그런거 아냐."



"일단은 나 다리 좀 주물러줘. 좁은데서 몇 시간이나 쪼그리고 있었더니 지금 너무 아프거든."



혜진이는 특유의 뽀얀 살결이 돋보이는 한 쌍의 다리를 나에게로 내밀었다. 나는 티셔츠 자락 밑으로 곧게 뻗은 두 다리와, 그 얇은 자락 너머로 보이는 더 깊숙한 곳을 보지 않으려 반사적으로 고개를 틀었다. 저 안에 팬티 따위는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니, 죽어도 봐서는 안 될 것 같았다. 



"헛소리 말고 잠이나 자."



"왜 과민반응이야? 동생한테 안마도 못 해줘?"



"그, 그거야 네가 맘대로 옷장 안에 있다가...."



"그래서 해줄 거야, 말 거야?"



"......"



결국 나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심정으로 혜진이의 다리를 왼쪽부터 천천히 주무르기 시작했다. 척 보기에도 알이 배긴 것을 알 수 있는 종아리를 조심스럽게 건드리자, 혜진이는 인형같은 이목구비를 찌푸리며 신음성을 뱉었다.



"아으...."



이 와중에도 고통스러워하는 동생의 모습을 보니 한편으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이 타이밍을 기회 삼아 대화를 이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게 대체 왜 그랬어?"



"뭘 말이야.... 아우, 살살해."



"집에 간다고 거짓말 한 것도 그렇고."



"벌써 까먹었어? 오빤 이제 나한테 집에 가라는 말 못 하는 거야."



"그런 얘길 하는게 아니잖아. 난 네가 지금 왜 이러는지를 알고 싶은 거야."



"그게 꼭 알고 싶어?"



"그래."



매끄럽고 새햐안 허벅지를 보지 않기 위해 시선을 다른데로 옮기려다, 혜진이의 두 눈과 마주치고 말았다. 눈을 마주본 적이야 수도 없이 많았지만, 지금만큼은 뭐랄까.... 저 한 쌍의 눈망울이 왠지 동생의 눈이라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예리하고 고요했으므로.



"안마 좀 제대로 해주면 말해줄게."



"장난하는거 아냐."



"나도 장난하는거 아냐. 진짜 아프단 말야."



"그러게 누가 숨어있으래?"



"몰라. 어쨌든 오빠가 만져주는거 봐서 얘기할게." 



다리를 주무르는 손길은 점점 더 조심스러워지고 있었다. 뭉친 근육을 부드럽게 건드려야 했기 때문도 있지만, 문제는 손길이 그렇게 부드러워지다보니 싫어도 자꾸만 다리를 애무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했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행위라는 점에서, 실제로 지금 내 손길은 불과 아까 전 바로 이 침대 위에서 단비 누나의 몸 구석구석을 애무할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무, 무슨 생각 하는 거야.'



혜진이의 다리는 날씬한 체구에 어울리는 능선을 뽐내고 있었다. 까마득한 기억 속의 그 초등학생이 어느새 이렇게 자라서 이만큼 완연한 여인의 각선미를 띄고 있는 모습을 보니 굉장히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단비 누나의 다리가 조금 통통한 감이 있으면서 건강미 있는 근육이 보기 좋게 붙어있는 색기 어린 다리라고 한다면, 혜진이는 요즘 각종 미디어가 비주얼로 내세울 법한 그런 황금비율의 늘씬한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차이를 떠올리다말고, 단비 누나와 혜진이를 비교하고 있는 스스로에게 경악하고 말았다.



'그만해야겠다.... 이거 자꾸 기분이....'



문득 어제 혜진이와 키스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때도 이렇게.... 원치 않게 야릇한 분위기로 흘러갔었던 것 같은데....



"오빠, 키스 할까?"



"뭐?"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혜진이가 멋대로 내 입술을 덮쳐왔다. 그걸로도 모자라서, 어제처럼 내가 허락한 것도 아닌데 혀가 순식간에 입술 틈새를 비집고는 입 안으로 들어왔다. 정신없이 시작된 기습 키스에 나는 얼이 빠졌지만, 곧 이성을 찾았기 때문인지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되는데...'



하지만 생각과 몸이 완전히 따로 놀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혜진이를 힘껏 밀쳐낼 수 있을 텐데도, 그럴 수가 없었던 것이다. 혜진이와 키스하던 순간을 떠올리던 찰나에 실제로 혜진이가 나를 덮쳐왔기 때문인지, 나는 당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제 그 순간으로의 회귀를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흐음...."



여동생의 숨결이 입 안을 타고 흘러들어오자, 익숙한 향기가 느껴졌다. 내가 매일 쓰는 바디클렌저와 치약의 향이었다. 샤워 후에 남은 그 알싸한 향이 은은히 코와 입을 자극해오고 있는 것이었다. 도저히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 향기는 왠지 어제보다 더 야릇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것 같았다.



혜진이는 내가 자신을 거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말도 안 될 만큼 과감한 행동을 해왔다. 침대 등받이에 앉은채 허리만 숙이고 있던 모습에서, 갑자기 자세를 바꾸어 내 위에 올라타버린 것이었다. 비록 나는 추리닝을 입고 있었다지만, 하복부에 티셔츠 자락이 미처 덮어주지 못한 동생의 속살이 와서 닿자 나는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키스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오빠...."



헐떡이는 숨결 사이로 혜진이가 나를 부르자, 나는 어제와는 달리 정신이 깨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몽롱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까딱하다간 추리닝 바지와 티셔츠 틈새의 맨살에, 속옷 한 겹 없는 혜진이의 허벅지 안쪽이 닿을 것만 같았다. 진심으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어제만큼 쉽게 키스를 끊어버릴 수가 없었다.



여동생과 나의 혀가 서로의 입 안에서 마구 얽히고 있었다. 이미 누가 보더라도 이건 남매간의 애교 차원이 아닌 행위였다. 이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부모님이 본다면 뭐라고 하실까 싶었지만, 솔직히 지금 이 순간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키스가 점점 더 뜨겁게 변해가고 있었다.



"하아... 괜찮아... 만져줘."



그 순간 머릿 속 전체가 새하얗게 아찔해졌다. 혜진이의 말을 듣고서야 내가 나도 모르게 티셔츠 자락 안으로 손을 밀어넣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걸 알고서도 흘러나온 동생의 반응은 그보다 더 경악스러웠다. 이 선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손이 움직이고 있었다.



"하음...."



아까부터 내내 위태로웠던 티셔츠의 자락 너머로, 기어코 비집고 들어간 손이 매끄러운 허벅지와 엉덩이를 더듬기 시작하자 여동생의 입 안쪽에서 옅게 신음소리가 울려나왔다.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살결의 감촉이 결코 어린아이의 것이 아니었다. 여동생의 몸도 여자의 몸이라고.... 내 몸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오빠."



마침내 서로의 입술이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혜진이는 여전히 몸 위에 올라타 내 목을 끌어안고 있었고, 나는 아직도 혜진이의 둔부에 손을 얹어놓은 그대로였다. 그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순간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조금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한데....? 애정."



"혜, 혜진아."



"계속할까?"



그제서야 나는 혜진이가 나에게 요구해왔던 애정이 오빠로서의 애정이 아니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아마 예전부터....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어 말할 수가 없었던 것 뿐이었다.



"이러면 안 될 것 같아."



"나중에 생각해도 돼."



"우, 우리 이러고 나면 다시 예전으로는 못 돌아가는거야."



"지금은 일단 여기에 집중해."



논리 따위는 손톱만큼도 없고, 거의 명령을 하듯 강압적인 어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박을 할 수 없었던 이유는 나 스스로도 이 상황을 완전히 뿌리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걸 나도 알고 있었다.



"내가 왜 화났느냐고 물었지?"



"......."



"그건 지금 오빠가 아쉬워하고 있기 때문이야."



그 비수같은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천길 낭떠러지 밑으로 추락하는 것 같은 아득한 아찔함을 느꼈다. 지난 10년간 화목한 남매라는 이름 아래 지켜져왔던 굳건한 그 무언가에 처음으로 균열이 생기고 말았다. 혜진이는 지금 우리가 느낌으로만 느껴왔을 뿐, 드러낼 수는 없었던, 그리고 결코 드러내서는 안 되었던 미증유의 감정을 '말'이라는 실체를 통해서 너무도 구체적으로 끄집어내어오고 있었다. 



"키스하면서 무슨 생각 했어?"



"무슨 말이야?"



"방금 전까지 야한 생각하고 있었잖아."



"아, 아니야."



"거짓말 마. 그럼 이건 뭐야?"



혜진이는 한 손으로는 자기 엉덩이를 더듬고 있는 내 손을,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추리닝으로 가려진 내 다리 사이를 건드렸다. 나는 제발 지금 그 곳이 잠잠한 상태이기만을 바랐다. 그렇기만 하다면 아무 일 없이 넘어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인정하기는 싫어도 이미 그 곳은 우뚝 솟아 우람한 텐트를 이루고 있었다.



"그... 그건 오빠 머리랑은 상관없이 움직이는 곳이거든."



"그럼 오빠 머리랑 상관없이 계속 하면 되겠네."



"아니, 그게....."



"오빠도 내가 동생으로만 안 보이는건 마찬가지잖아."



진솔한 감정의 물꼬가 트이자마자 이제 혜진이는 거칠 것이 없다는 듯, 오랜 세월 동안 덮어놓았던 말들을 사정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나는 이제 우리 사이에 새겨진 균열이 다시는 회복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뱉은 말을 다시 주워담을 수 없듯이.



"내가 화가 나는건 오빠가 다른 여자랑 놀아나고 있기 때문이 아니야.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 이유 때문도 있기야 하겠지.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야. 내가 왜 화를 내는 건지, 왜 이렇게 집착하는건지 오빠도 이미 속으로는 다 알고 있잖아. 그러면서도 겉으로만 모른 척 하고 있어. 내가 화가 나는건 바로 그 때문이야."



"......"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냥 침묵하고 말았다. 우리가 함께 쌓아왔던 그 위태로웠던 오랜 시간은 방금 혜진이가 쏟아낸 단 몇 마디의 말로 모두 무너지고 만 것이다. 이제 우리 오누이 사이가 어떤 모습이 될 지는 순전히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을 뿐이었다.



"나 오빠랑 하고 싶어."



그리고 여동생의 입에서 기어이 그 말이 나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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