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첫번째 연인 4
그 여자
속이 성하겄나 아이그 춘향이 났다.
춘향이 났어~!! 미친년아
"언니 나 먼저 좀 들어가면 안될까?"
"가긴 어딜가 오늘 안그래도 5번,8번, 둘다 안나왔는데
술 처먹지 말고 딴 애들처럼 아양떨다 2차나 가~~!!
(저 년 아버지는 2차 가서 저년을 낳았나 보다.)
내일은 정말로 병원에 가야겠다.
그 여자
이 산꼭대기동네에 온지도 벌써 8개월이 됐다.
술집을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지만 일자리가 없다.
마담한테서는 한달이 된 아직까지 다시 나오라고 전화가 온다.
어떡할까? 걱정이다. 돈도 없는데.. 하지만 다시 나갈 수는 없다.
그 남자
옆방 여자는 요즘 매일 집에 있는다.
얼굴이 파리해졌다. 어제는 예전처럼 쏘아대지도 않고 말도 곧잘 건넨다.
요즘은 집에 일찍 들어가고 싶다.
그 여자
방세가 없다. 통장에서 백만원 찾아 마담한테 빚진거 갚고 병원비 몇 번내고 나니까
이제는 달랑달랑한다.
주인놈이 방세 재촉할 날이 남지 않았는데 걱정이다.
옆방 남자는 요즘 매일 출퇴근을 한다.
일자리가 생겼나 보다. 부럽다.
가끔씩 먹거리를 사다주고는 빙긋이 웃는 모습이 참 환해 보이고 귀엽다.
그 남자
주인놈이 올라와 한바탕 난리를 쳤다.
방세내라고.. 예전같지 않게 그녀는 듣고만 있었다.
주인놈이 내려가고 조금씩 그녀의 어깨가 들썩거리더니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우나 보다.
속이 아팠다. 주인놈 면상을 한대 갈겨주고 싶었다. 쌍놈의 새끼
그 여자
병원에 가야되는 날이다.
근데 돈이 없다. 이제 아픈 것에 대한 감각이 없다.
방에 누워 천장 벽지의 꽃무늬를 헤아려 본다. 눈물이 난다.
병원엘 꼭 가야하는지
그 남자
현장 소장놈이 월급에서 20%를 떼고 월급봉투를 준다.
20%는 지하고 십장하고 5:5로 먹는 소개비란다. 개 쉐이들
그래도 월급 이라고 받아본게 몇 달만인지
돌아오는 길에 머리속이 복잡했다.
그 여자
옆방 남자가 방세 내라며 돈을 준다.
"그러면서 어디 아프세요 얼굴이 너무 안 좋아요" 한다. 왈칵 눈물이 쏟아 질뻔했다.
내일은 쉰다면서 놀러를 가잰다.
"우리도 아래 동네 사람처럼 하루 살아볼래요?"
그 남자의 눈은 어린 송아지의 눈처럼 슬프다.
고맙다는 말도 괜찮다는 말도 않고 그냥 받았다.
근데도 그의 눈은 내 속을 알고 있는 듯하다.
가끔은 입으로 하는 말보다 눈으로 하는 말이 더 가슴에 와 닿을 수도 있구나...
그 남자
영화를 봤다. 무슨 병인가에 걸린 남편이 아내를 위해 편지를 계속 부치는 영화였다.
난 사실 영화를 보면 거의 잔다.
한참을 자다가 옆을 보니까 그녀는 눈물이 그렁한 눈동자로 영화에 푹빠져 있었다.
흘리는 눈물보다 더 슬픈 모습이었다.
손을 꼭 잡아줬다. 가만히 고개를 돌리는 그녀를 보는 순간 뭔가가 가슴에 들어와 꽉 박혔다.
그 여자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공원에도 극장에도 거리에도 사람들로 붐빈다.
모두들 가분 좋은 얼굴들이다.
그 남자는 극장에서 내 손을 꼭 잡았다.
언젠지도 모를 어릴때 어린이 날이라고 내손을 잡고 대공원으로 데리고 가셨던 아버지의 손길이
편안했다.
하루를 같이 다녔는데도 아주 오래전 부터 알았던 것처럼 편안했다.
그 남자
그녀는 큰 소리로 웃지 않는다. 빙긋이 미소만 짓는다.
집으로 오는 버스에서 그녀가 내게 고맙다고 했다.
내가 편하다고, 진작에 친했으면 좋았을 텐데 한다.
지금부터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안했다.
그녀도 알고 있을 테니까.
그 여자
좋은 사람이다. 오랜만에 술집 아가씨가 아닌 그냥 아가씨로 거리에 나섰다는게 좋았다.
내가 전에 하던 일을 알텐데 날 좋아해 줄까?
아파서 병원에 다니면서 맘이 약해진건지 착해진건지 옆에 누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 남자
그녀를 업고 병원에 왔다. 밤새 끙끙대더니 새벽에 내 방문을 열고서는 땀에 절은 얼굴로 쓰러졌다.
한참이나 걸어 올라오던 언덕을 나는듯이 내달렸다. 괜찮을 거라고 속으로 주문처럼 외면서...
안경쓴 대머리 의사는 9시가 넘어서 왔다.
간호사들이 링거를 꼿고 응급실 복도로 침대를 끌고 왔다. 자리가 없으니 여기서 기다리란다.
보호자를 찾는다. 내가 그녀의 보호자가 됐다.
만성 위염인데 심각한 상태라서 입원을 하란다.
한달 이상 약물치료를 해야 한단다.
그녀는 계속 퇴원한다고 고집이다.
그 여자
눈물이 났다. 고마워서...
그남자는 "가만히 좀 있어요"하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리고는 "입원시켜 주세요"
하며 수속창구로 간호사와 함께 갔다왔다.
"다음에 나 아프면 업고와 줄꺼죠?
밥 좀 많이 먹어요, 몸이 솜뭉치 같았어요"
"나 지금 출근해야 하니까 이따 저녁에 올께요"
돌아서서 걸어가는 그의 등이 넓어 보였다.
그 남자
받은 월급으로 그녀의 병원비를 냈다.
아깝다는 생각은 조금도 없다.
정말로 그녀의 보호자가 된 기분이다.
병원비가 만만찮을 것 같아서 걱정은 되지만 잘 될것 간다.
소장에게 돈이 좀 필요하다고 했더니 좀 더 받을 수 있는 일을 맡기겠다고 며칠만 기다리라한다.
그 여자
저녁때 온다고 한 그의 말을 곱씹는다.
좋아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도 기분좋은 일이라는 걸 알게됐다.
그 남자
병원에 누워있는 그녀와 많은 얘길 했다.
그녀는 거의 내 얘기를 듣기만 하고 난 계속 떠들어 댄다.
이렇게 말을 많이 해본 적도 없는 것같다.
그 여자
그남자는 내 옆에 앉아 내가 잠들 때까지 쉴새없이 자기 얘길한다.
옛날 다니던 회사 사람들 지금하는일
나는 아무얘기도 하지 않았다. 그도 묻지 않고.....
그 남자
오늘 소장이 새로운 일을 맡겼다.
구청,동사무소에 가서 적어주는 사람들 등본을 다 떼어오란다.
한 4-5백명쯤 되니까 2주일 동안 그것만하고 바로 퇴근하란다.
식은 죽 먹기다. 게다가 그녀에게 더빨리 갈수 있어서 너무 잘됐다. 그녀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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