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I 결승 5세트 젠지 주민규 파이크 신의 한 수 T1 꺾고 역전 우승
T1의 케이틀린·카르마를 이용한 주도권 확보 선언. 젠지의 응답은 파이크였다.
T1은 12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2025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결승전에서 젠지에 2대 3으로 역전패했다. 2대 1 상황에서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내리 2번의 세트를 내주면서 준우승에 그쳤다.
피어리스 밴픽의 묘미가 드러나는 5세트. 우선 블루 사이드를 선택한 T1은 레넥톤과 비에고, 아리, 케이틀린, 카르마로 조합을 짰다. 탑과 바텀에서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고, 일방적으로 오브젝트를 챙겨 스노우볼을 굴리기에 용이한 조합이었던 셈이다. T1의 임재현 코치는 “우리 팀이 주도권을 잡았다. 자리를 먼저 잡으면 상대방이 나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밴픽을) 진행했다”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젠지의 레드 사이드 반격은 아트록스와 니달리, 오로라, 미스 포츈, 파이크였다. ‘한 방’은 있지만 바텀 라인전이 괴롭고 어려운 조합. 하지만 주민규가 ‘구마유시’ 이민형에게 뼈 작살(Q)을 여러 번 맞힌 덕분에 젠지는 고난의 시기를 비교적 쉽고 빠르게 넘길 수 있었다.
결국 바텀 라인전 스킬 샷 스노우볼이 빠르게 굴러가더니, 젠지의 T1 바텀 듀오를 향한 탑 다이브로까지 이어졌다. 스노우볼을 굴리는 데 특화된 챔피언, 케이틀린과 카르마의 이른 시간 데스는 T1에 치명적인 상처로 남았다. 젠지로서는 주민규의 파이크 플레이가 신의 한 수가 됐던 셈이다.
주민규는 기자회견에서 파이크를 고르게 된 배경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5세트여서 서포터 챔피언 풀이 마르다시피 한 상황이었다. ‘사파’ 픽까지 찾았다. 저와 ‘룰러’ (박)재혁이 형, 코치님들이 파이크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밴픽 막판에 파이크와 밀리오를 고민하다가 결국 전자를 골랐다.
파이크는 초반에 변수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대로 파워 커브가 수직 하락하는 고난도의 챔피언. 국제대회 결승전 5세트에서 쉽게 손이 가는 챔피언은 아니다. 주민규는 “파이크는 스노우볼을 빠르게 굴려야 하는 챔피언이다. 단점을 알고 있었지만, 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뽑았다”고 말했다.
주민규는 “자신감을 잃는 순간 나는 끝”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고도 밝혔다. 이번에 처음으로 국제대회에 참가한 그는 또 “내 자신감이 사라지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주변에 나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