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9위 추락에 감독 사퇴 양의지 지금 상황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올 시즌 도중 감독이 바뀌었다. 3시즌째 팀을 이끌던 이승엽(49) 감독이 지난달 물러나고, 조성환(49) 감독대행이 임시로 지휘봉을 잡았다. 감독 퇴진 사유는 역시 성적. 두산은 최근 2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지만, 올 시즌에는 개막 초반부터 9위로 처졌다.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도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이 감독이 사퇴했다.
두산 주장이자 주전 포수인 양의지(38)는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가슴 아프게 지켜봤다. 두산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그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NC 다이노스에서 뛰다 이 감독이 부임하던 2023년 다시 두산으로 돌아왔다. FA 계약 발표를 앞두고 양의지와 이승엽 감독, 박정원(63) 구단주가 식사하면서 찍은 기념사진은 야구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 의기투합한 두산은 그러나 이 감독의 사퇴로 다시 쇄신의 갈림길에 섰다. 최근 만난 양의지는 “이 감독님께 문자메시지를 드렸다. ‘죄송하다’는 말씀 말고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더라”며 “선수들이 자기 몫을 하지 못해서 물러나신 것 같아 안타깝다. 감독님께선 ‘주장으로서 끝까지 선수들을 잘 이끌어달라’고 답장해주셨다”고 말했다.
양의지는 가을야구 단골손님인 두산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2010년 풀타임 주전 포수로 발돋움한 뒤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2018년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역사를 함께 썼다. 2019년부터 4년간은 NC 유니폼을 입었지만, 2023년 친정으로 돌아와 다시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올 시즌 두산과 양의지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외국인 투수들이 부진하고, 주전 야수들이 자기 몫을 해주지 못했다. 양의지는 “나도 당황스럽다. 초반부터 이렇게 성적이 좋지 않은 시즌은 처음이다. 고참으로서, 주장으로서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1987년생인 양의지는 이제 풀타임 포수가 아니다. 잔부상도 많고, 경기 도중 파울 타구에 맞기라도 하면 적지 않은 시간을 쉬어야 한다. 마침 조 감독대행은 최근 새 얼굴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특히 내야수 박준순(19)과 외야수 김동준(23), 포수 류현준(20)의 출전 시간이 많이 늘었다.
양의지는 “언젠가는 올라올 후배들이었는데 시기가 조금 빨라졌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젊은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하면서 벤치에도 활력이 돌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많이 반성했다. 두산이 강해지려면 나부터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며 “최근에는 선수들에게 ‘아직 포기하지 말자’고 강조한다. 팬들이 매일 관중석을 가득 채워주시는 만큼, 우리도 납득할 수 있는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