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제가 떠나도 삼성은 남으니까

ㅣ이승엽, 은퇴까지 이제 단 6경기만 남았다. “은퇴 경기? 똑같다. 하지만 야구장에 오래 있고 싶어.” 떠나는 이승엽은 후배들에게 ‘승리에 대한 집념’을 당부했다.
“제가 떠나도 삼성은 남으니까요.”
‘국민타자’ 이승엽이 마지막을 말했다. 정말 마지막이 다가왔기 때문일까. 떠나는 ‘그 날’을 떠올리며 이승엽의 눈가는 약간 붉어졌다.
하지만 이승엽은 이내 씩씩하게 ‘미래’를 이야기했다. 자신의 은퇴 이후에도 ‘삼성의 야구, 인생은 계속 된다’는 게 이승엽의 설명이었고, 기대였다.
‘국민타자’는 끝까지 의연하고 품격 있게 인터뷰를 마쳤다.
이승엽은 9월 21일 대구 LG 트윈스와의 경기서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이승엽의 개인 통산 1902번째 경기였다. 그리고 이승엽은 2타점 2루타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 활약으로 8-4, 삼성의 승리에 앞장섰다.
“‘스코어링 포지션(득점권) 상황이 내 타석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 선취점이 중요했는데 운 좋게 적시타가 나왔다.” 이승엽이 전한 경기 첫 소감이었다.
삼성은 21일 53승째를 거뒀다. '가뭄의 단비' 같은 승리에 이승엽의 얼굴도 모처럼 펴졌다.
“기분이 매우 좋다. 우리는 프로지 않나. 승리하기 위해서 경기를 한다. 그러니 이길 때마다 기쁜 것은 당연한 거다. 사실 순위는 9위로 굳어졌다. 그렇다고 매일 울고 있을 순 없다. 우린 내년에도 야구를 해야 한다.”
또 이승엽은 ‘지금의 1승이 그 어떤 순간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팀이 하위권에 있기 때문에 지금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다’는 분위기가 되면 팀에 문제가 생긴다. 가장 중요한 건 지금의 승리고, 우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좋은 흐름이나 분위기를 내년으로 이어가야 한다. 이 승리가 분명 (삼성의 다음 시즌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이승엽은 승리의 기운이 2018시즌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또 ‘국민타자’는 삼성 후배들에게 ‘승리에 대한 깊은 갈망’을 강조했다.
이승엽은 “어떤 순간에도 ‘져도 된다’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물론 그런 이들은 없을 것이다. 삼성 역시 내년에도 하위권에 머물면 안 된다. 프로라면 납득 할 수 없는 결과”라고 준엄하게 일갈했다.
그러면서 이승엽은 “나는 떠나지만, 삼성의 야구는 계속된다. 올해와 다른 분위기로 새 시즌을 맞이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후배들이 책임감을 느끼며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138경기를 치렀다. 이승엽의 은퇴도 불과 6경기만 남았다. 최근엔 그마저도 후배들에게 출전 기회를 양보하고 있다.
1495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이승엽은 KBO리그 개인 통산 1500타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승엽은 기록 달성엔 어떤 기대감도 내비치지 않았다. 다만, 아름다운 마무리만 떠올리고 있다.
“후배들이 출전할 수 있으면 된다. 기록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난 마지막 경기(10월 3일 넥센전)만 뛰면 된다.”
이젠 은퇴가 덤덤하게 느껴진다는 ‘국민타자’다.
이승엽은 “생각 했던 것보단 괜찮다. 워낙 미디어에서 저의 은퇴를 많이 얘기해주셔서 면역이 생긴 것 같다”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막상 마지막을 떠올리자 ‘단단했던’ 국민타자의 얼굴에도 벅찬 감정이 슬며시 드러났다.
“마지막은 엄청 (벅찬 감정이) 심하지 않을까 싶다. 아마 출근할 때부터 마음이 조금, 그러니까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마지막 경기니까. 이제 하고 싶어도 하질 못 하니까….”
이승엽은 선수 생활 내내 일찍 자고 일찍 출근해서 미리 운동을 시작하는 운동습관을 유지했다. 10월 3일 은퇴 경기를 치를 ‘마지막 날’은 조금 다를까.
“아니다. 똑같을 것 같다. 그래도 조금은 야구장에 더 일찍 오지 않을까. ‘야구장에 더 오래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또 가족들도 올 거니까 그날만큼은 (내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 늘 팀을 먼저 얘기하는 이승엽이지만 그날 하루만큼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순간’을 떠올려봤다.
팬들은 아직 이승엽의 은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승엽도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은퇴 이후 매년 겨울 해왔던 운동, 다음 시즌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말이다.
“3개월 정도는 정말 힘들게 보낼 것 같다. 몸보단 마음이 힘들 것 같아서. 내년 시즌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몸은 편하겠지만 말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뭘 해야 할지 걱정이 된다.”
이승엽은 ‘야구선수’가 아닌 자신을 떠올리는 것을 여전히 낯설어했다. 하지만 끝내 밝게 미소지었다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던 든든한 이승엽 선수 ...당신이 있어 야구가 즐거웠습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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