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선수들한텐 진짜 아버지 같은 존재였습니다. 존경합니다

원사 양떼목장

1범

2015.09.30가입

조회 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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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7 (화) 11:58

                           

선수들한텐 진짜 아버지 같은 존재였습니다. 존경합니다

"지고나서 하는 것은 후회밖에 없더라."

부산 아이파크 직원들은 구단 클럽하우스 감독실 문앞에 붙은 메시지를 보고 다시 울컥했다.

지난 10일 별세한 조진호 감독의 장례와 주말 원정경기를 치르느라 정신이 없던 구단 직원들은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고 감독실을 정리하러 들어가던 중이었다.

클럽하우스 1층에 위치한 감독실은 조 감독이 불의의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사용했던, 그의 마지막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 곳이다.

스포츠조선이 그 손때가 묻은 마지막 현장을 단독으로 포착했다. "참으로 순수한 영혼을 가진 친구였어요. 잠깐 놀자고 꼬드겨도 축구밖에 몰랐지요." '절친' 최용수 전 서울 감독의 회고 처럼 조 감독의 마지막 집무실은 축구열정으로 가득했다.

 

감독실 문을 열기도 전 문 앞에 걸린 경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기고 나서 안지려고 답을 찾는데 진짜 배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고나서 하는 것은 후회밖에 없더라.' 조 감독은 늘 감독실에 들어갈 때 이 메시지를 보며 자기최면을 걸었으리라. 이것도 부족했는지 바로 밑에 감독으로서 명심해야 할 문장 하나를 또 붙여놨다. '매경기 혼신을 다하지 않으면 승리는 없다. 어떤 팀이든 방심하지 말자!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게도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끝까지 하는 것보다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프로는 늘 최선을 다하고 끝까지 해야 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맞은 편 책상에서 조 감독이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반갑게 "어서 오이소" 할 것만 같다. 10㎡ 남짓한 공간에 주인 잃은 흔적들만이 말 없이 눈물을 흘렸다. 고인의 책상은 꾸밈 없는 평소 그의 성격대로 소박했다. 경기장에서 벤치 지휘하는데 거추장스러울까봐 벗어놓고 간 손목시계와 '조선왕조 스캔들' 교양서적이 고스란히 놓여있다. 고인은 틈틈이 이 책을 읽으며 역사에서 교훈을 찾았던 모양이다.

 

책상 한 켠에 눈길을 사로잡은 파일이 있었다. 경남전 분석 자료였다. 조 감독의 마지막 경기가 8일 열린 경남전이었다. 비록 이날 패배로 정규리그 우승 희망을 놓쳤지만 경남을 얼마나 이기고 싶어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파일에는 경남 플레이 장점, 경남전 중요 포인트와 포메이션 등 8일 경남전을 대비해 분석한 전략·전술 정보가 꼼꼼하게 담겨있다. '자존심을 걸고 후회없이 뛰자'는 경구도 빼놓지 않았다.

경남전을 향한 그의 간절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감독실 양 옆에 비치된 화이트보드 게시판에는 온통 경남전 분석 자료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왼쪽 포진도 작전판에는 조 감독의 마지막 친필 경남 예상 포메이션이 그대로 적혀 있고, 7월 15일 경남전까지 세밀하게 복기한 문건이 부착돼 있었다. 조 감독이 코치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경남을 이길지 머리를 맞대는 과정에서 남겨놓은 흔적들이다.

제자, 선수들을 향한 애정도 곳곳에서 배어났다. 출입문 안쪽과 게시판에는 나이별 선수 명단과 방 배정표가 고정 배치됐다. 그 옆에는 선수단의 몸무게 변동 현황표까지 붙여놓았다. 선수들의 몸 관리 상태를 꼼꼼하게 챙겼던 모양이다. 심지어 선수들이 몸 관리를 소홀히 할까봐 '저녁 8시 이후 라면은 먹지 말도록 할 것'이란 제목이 달린 게시물을 붙여놓고 항상 숙지했다. 라면 게시물 밑에는 '프로선수로서 먹는 것 하나라도 신경쓰자. 사소한 것이 모여 큰 것이 된다. -감독 조진호-'라는 어록까지 남겨 놓았다. '축구바보' 조진호는 이마저도 부족했을까. 눈에 잘 띄라고 빨간색 매직펜으로 '수비는 깡다구 끝까지 쫓아가 공격수 볼 뺏아서 투지있게 해결하자'고 써놓고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자신을 점검했다.

 

http://sports.news.naver.com/kfootball/news/read.nhn?oid=076&aid=0003164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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