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잃은 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등 수뇌부는 어디 있나

대한축구협회가 팬들의 신뢰를 잃고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수장' 정몽규 회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신태용 대표팀 감독과 김호곤 기술위원장이 유럽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15일 인천국제공항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신 감독의 귀국 시간에 맞춰 축사모(축구를 사랑하는 국민) 회원들이 항의 시위를 펼쳤다. 이들은 '한국 축구 사망했다', '문체부, 축구협회 비리 조사하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었다. 성명서를 배포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 축구를 향한 여론이 반영된 사건이었다.
한국 축구는 지난달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는 브라질(21회), 독일(17회), 이탈리아(14회), 아르헨티나(12회), 스페인(11회)에 이어 세계 6번째로 의미 있는 기록이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한국의 기록을 조명할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을 향한 여론은 싸늘하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내내 고전한 것이 화근이었다.
축구협회가 최종예선을 2경기 남겨둔 지난 6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고 7월에 신태용 감독을 선임했지만 대표팀은 고전 끝에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0-0으로 비기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답답한 경기력과 과거에 보여줬던 투쟁심과 간절함이 사라진 대표팀은 비난을 받아 들여야 했다.
경기 외적으로도 한국 축구는 거스 히딩크 전 2002 한일 월드컵 감독 논란까지 더해져 어수선한 분위기가 됐다.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원한다는 보도가 나왔고 많은 팬들은 "히딩크 감독을 데려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히딩크 감독의 한국 대표팀 사령탑 희망설과 관련, 어떤 연락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던 김호곤 기술위원장이 노제호 히딩크 재단 사무총장으로부터 과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은 확대됐다.
이어 유럽 원정에서 치른 2차례 평가전에서 졸전끝에 러시아에 2-4, 모로코에 1-3으로 연패를 당하자 일부 팬들은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축구협회의 인적쇄신 및 폐지 촉구" "관계자들을 국정감사에 불러야 한다" "러시아 월드컵 출전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 등을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팬들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협회 수장인 정몽규 회장, 그리고 사실상 협회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안기헌 전무이사 등 수뇌부들의 대처는 볼 수 없다.
몇몇 축구인들은 지난달 '히딩크 광풍'이 불 때 "정몽규 회장이 앞장서서 상황을 설명하고 실망한 팬들에게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낸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축구가 휘청이던 최근 1개월 동안 신태용 감독, 김호곤 기술위원장만 언론 에 모습을 나타냈다.
정몽규 회장은 침묵했다. 대표팀의 스위스 원정 경기 출장 및 FIFA 일정을 보낸 뒤 지난 14일 귀국했지만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안기헌 전무이사도 눈에 띄지 않는다.
어떤 단체든 위기에 몰리면 최고 책임자가 입장표명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사태 수습에 나서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정몽규 회장 등 수뇌부들은 뒤로 숨고 신태용 감독, 김호곤 기술위원장만 앞에 내세우는 지금의 한국 축구는 비상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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