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일단 하나 적중하는 방법

맨체스터 시티가 무섭게 치고 나가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10경기 무패다. 9승1무로 패가 없는 유일한 팀이다. 2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승점 차를 5점이나 벌린 선두 맨시티다. 경기 내용적으로도 압도적이다. 맨시티가 10경기 동안 넣은 골은 35골이다. 경기 평균 3골 이상 폭발시켰다. 30골 이상 기록한 팀 역시 맨시티가 유일하다. 실점도 6골에 그쳐 맨유(4실점) 다음으로 실점이 적다. 골은 많고, 실점은 적다. 공수 두루 강력하다.
맨시티가 획득한 리그 초반 10경기 승점 28점은 같은 기간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 승점과 타이다. 2005-06시즌 무리뉴의 첼시, 2011-12시즌 만치니의 맨시티 리그 초반 10경기 승점과 같다. 맨시티가 기록 중인 골득실 +29골은 같은 기간 역대 최고 기록이다. 기록적인 리그 초반인 것이다.
맨시티는 리그뿐만 아니라 올 시즌 모든 대회를 합쳐서도 최고의 출발을 하고 있다. 토털 15경기 무패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하면 21경기 무패(17승4무)로 맨시티 역사상 최장 기간 지지 않고 있다.
맨시티 고공 질주의 이유로 여러 요인이 꼽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주요하게 지목되는 게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 안착이다. 펩 축구가 맨시티에 제대로 녹아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만 해도 과르디올라 감독은 적응에 애를 먹었다. 부임 첫 시즌으로 새로운 환경의 적응과 전술 완성도에 문제를 빚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제주스의 부상과 브라보의 부진 등 선수단 문제가 있었지만 개성 강한 펩 축구가 맨시티에 안정적이고 깊게 녹아드는데 실패하면서 겪은 고전이었다. 감독 커리어 첫 시즌 무관이라는 결과를 받아 안을 수밖에 없었던 과르디올라 감독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시즌 무관 결과를 두고 잉글랜드 현지에서 일부 비판의 목소리가 일었다. 잉글랜드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경험한 스페인이나 독일 무대와는 다르다며 과르디올라 감독이 자신의 축구를 고집하기보단 잉글랜드 스타일에 맞춰 변화를 줘야만 한다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단호했다. 잉글랜드 축구가 오랜 시간 국제무대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한 건 자신들이 알고 있는 축구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고집 때문이라고 맞받아치며 자신의 길을 고수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논쟁을 벌였던 과르디올라 감독 축구의 특징을 단어로 요약하면 ▲점유 ▲패스 ▲간격 ▲전환 ▲압박이다. 스피드와 피지컬을 중시하는 잉글랜드 축구와는 결이 다른 축구다. 이 중에서도 가장 기본 되는 게 점유다. 공의 점유가 과르디올라 감독 축구의 핵심이다. 이는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요한 크루이프 축구 철학의 근간이기도 하다.
“공은 하나뿐이다. 그래서 그것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원칙적으로 우리가 공을 계속 소유할 수만 있다면 상대는 영원히 공을 소유하지도, 골을 넣을 수도 없다.”
크루이프 감독의 말이다. 우리 팀이 공을 계속 소유한다면 상대 팀은 공을 만져볼 수도 없으므로 상대는 공격할 기회조차 잡을 수 없다는 개념에서 출발한 축구다. 물론 크루이프 감독 이전에도 축구에 점유의 개념은 존재했다. 하지만 크루이프 감독이 강조한 점유와 이전 축구의 점유는 차이가 있었다. 이전의 점유가 공격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개념이었다면 크루이프 감독의 점유는 그 자체가 경기를 지배하는 목적으로서의 점유다. 이전 점유가 다른 선택이 가능한 하나의 옵션이었다면 크루이프 축구의 점유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전제다. 크루이프에 있어 점유란 그 자체가 축구였던 셈이다.
크루이프와 과르디올라의 축구를 상징하는 ▲점유는 공의 소유에 의해 가능하다. 공을 오래 가지고 있어야 점유할 수 있다. 특정 선수가 혼자 드리블로 공을 오래 가지고 있긴 힘들다. 주고받으면서 공을 뺏기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점유 축구에서 강조되는 게 ▲패스다. 공을 오랫동안 소유하기 위해 여러 명이 패스로 협력하는 것이다. 패스로 공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정확도 높은 연결을 해야 한다. 패스 거리가 멀면 실수가 생기거나 가로채기를 당할 확률이 커진다. 패스로 점유율을 높이려는 팀일수록 정확도 높은 짧은 패스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다.
짧은 패스를 하려면 선수 간 ▲간격이 가까워야 한다. 간격이 멀면 당연히 짧은 패스를 할 수 없다. 좁게 서 있으니 먼 거리를 뛰는 것보단 있어야 할 곳에 위치하는 영리한 축구가 중요하다. 펩 축구 선수들이 뛴 거리보단 효과적인 포지셔닝에 집중하는 이유다. 맨시티의 기록을 보면 뛴 거리나 스프린트 횟수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걸 알 수 있다. 좁게 서는 것 못지않게 패스의 경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 또한 영리해야 한다. 삼각형, 사각형 등의 다양한 형태로 선수들을 세워 패스 길을 만들어야 한다. 크루이프 류의 축구를 하는 팀들이 양 풀백과 미드필더들의 독특한 포지셔닝으로 경기장 내 수많은 도형을 만들어내는, 예를 들어 2-2-4-2 등의 변칙적인 포메이션을 활용하는 이유다.
간격을 좁히고 도형만 신경 쓰다 보면 자칫 경기장을 좁게 써 스스로 공간을 제한할 수 있다. 때문에 또 필요한 게 공격 전개 방향의 ▲전환, 즉 ‘사이드 체인지’다. 짧은 패스가 한쪽 방향에서만 이루어지지 않고 좌우로 빠르게 전환될 수 있도록 플레이해 상대의 수비진을 흔들고 공격해 들어갈 틈을 찾는 작업이다. 전체적으로 선수들 간 간격을 좁게 유지한다는 건 상대를 에워싸 압력을 가할 때도 유리한 만큼 전방 프레싱 등 ▲압박을 시도하는데도 효과적이다.
앞서 과르디올라 감독 축구의 특징을 ▲점유 ▲패스 ▲간격 ▲전환 ▲압박으로 정리한 이유다.
이와 같은 특징은 올 시즌 초반 맨시티의 스탯으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맨시티의 리그 10경기 평균 점유율은 66.2%까지 치솟았다. 20팀 중 유일하게 60%를 넘어선 압도적 1위다. 맨시티가 7-2로 대승한 8라운드 스토크 시티전에서는 79.3%의 점유율이 기록되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뒤 스토크의 마크 휴즈 감독은 “우린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설명한 볼을 압도적으로 점유할 수 있다면 상대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던 점유 축구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맨시티의 패스 숫자도 압도적이다. 총 7300개의 패스로 2위 아스널(6290개)을 크게 앞서고 있다. 주말 3-2로 승리한 WBA전에서는 한 경기에서만 무려 844개의 패스를 성공시켰다. 이 숫자는 2003-04시즌 이후 프리미어리그에서 나온 한 경기 최다 패스 성공 횟수다. 참고로 WBA전의 맨시티 점유율은 78%에 달했다.
최대한 간격을 좁혀 짧은 패스를 연결하는 맨시티 축구의 특징은 롱패스 숫자에서도 알 수 있다. 맨시티는 쇼트 패스를 많이 시도하는 만큼 롱패스 시도는 적다. 맨시티의 롱패스 숫자는 467개로 이 부문 20위다. 롱패스를 가장 적게 한 팀이 맨시티인 것이다. 긴 볼을 잘 안 쓰다 보니 공중볼을 따내는 횟수도 경기 평균 17위다. 맨시티는 긴 볼 시도 자체(20위)가 가장 적은 팀이다. 긴 볼보다 짧은 연결을 많이 하는 까닭에 패스 성공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맨시티의 올 시즌 리그 평균 패스 성공률은 89.4%로 독보적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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