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월드컵 좌절, 이탈리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지난 화요일 스웨덴과의 무승부로 이탈리아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 사실에 전세계는 놀랐겠지만 이상하게도 이탈리아인들은 그렇지 않았다. 사전 전력 예측에서 이탈리아가 스웨덴보다 월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축구팬 대부분은 오래 전부터 이번 예선 결과가 그다지 좋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설령 예선을 통과했더라도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분명 오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이 모든 사태는 2007년부터 지속된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의 위기에서 근거한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우승하고 주장이었던 파비오 칸나바로가 그 해 발롱도흐를 수상한 이후로 이탈리아 축구협회 (Federazione Italiana Giuoco Calcio: FIGC)의 통제권은 스포츠계 인사가 아닌 잔카를로 아베테라는 정치인에게 넘어갔다. 1선에서 이뤄진 결과로 협회장에 그가 거명된 것부터 이탈리아 축구의 몰락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유로 2008 4강 진출 실패부터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는 파라과이, 슬로바키아, 뉴질랜드로 이뤄진 조별 예선 최하위를 기록하며 16강 진출에도 실패하고 말았다. 말 그대로 ‘재앙’이었던 것이다.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로 2014년 아베테의 FIGC 의 회장직은 또 한번 축구계 인사가 아닌 73세 노령의 카를로 타베키오라는 정치인에게로 넘어갔다. 평생을 축구계에서 몸 담아온 40대 젊은 기수이자 전 AC 밀란과 이탈리아 국가대표팀 출신의 후보자 데메트리오 알베르티니를 지지했던 많은 이탈리아 축구팬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선거 결과였다.
실제로 신임 회장인 타베키오는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못했다. 그의 임기 초기 이탈리아의 FIFA 세계 랭킹 순위는 역대 가장 낮은 순위인 17위까지 곤두박질쳤다. 2016년 유로 대회에서 이탈리아가 유독 좋은 결과를 거둔 것은 대표팀 감독이었던 안토니오 콘테의 엄청난 노력 덕분이었다. 이어 콘테가 첼시 감독으로 부임하기 위해 국가대표 감독직을 사퇴하자, 타베키오 회장은 그 자리를 대체하는 인물로서 빅클럽 지도 경력이 전무한 68세의 노장 감독 잔 피에로 벤투라를 선임하였다. 벤투라 감독이 오면서 대표팀의 암흑기는 점점 더 길어졌다.
이번 월드컵 지역예선 조별리그에서 이탈리아가 치른 마지막 몇몇 경기들은 국가대표팀 경기 수준이라기보다 외려 차라리 세리에 B처럼 보였다. 우선 마드리드에서 스페인에게 3-0으로 패한 경기는 최근 11년 간 조별리그 경기에서 이탈리아가 처음으로 패한 경기였다. 이스라엘을 상대로 악전고투 끝에 1-0 승리를 거뒀지만 이어서 마케도니아를 상대로 어처구니 없는 1-1 무승부를 기록하고, 알바니아를 상대로 1-0 승리를 거뒀지만 이 역시 말도 안되는 졸전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 이탈리아는 매우 평범한 팀인 스웨덴을 만나게 되었고 전력상으로 이탈리아는 스웨덴보다 우위에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그간 이탈리아의 경기를 보아온 이탈리아 팬들은 스웨덴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승리를 거두고 본선 진출을 이루기가 매우 까다로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번 이탈리아 대표팀 경기를 지켜본 이탈리아인들 중에서 벤투라를 호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비록 스웨덴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이 벌어졌던 산 시로 경기장을 가득 메웠던 7만 여명의 축구팬들이 정말 마지막 순간까지 대표팀을 응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이탈리아 축구팬들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의 구차한 모습으로 월드컵에 가느니 차라리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게끔 탈락하는 것이 더 나을 거라 여겼다. 그렇게 이탈리아는 스웨덴의 일격을 맞고 조별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1958년 이후 두 번째로 본선 진출에 실패한 것은 이탈리아 축구계의 역사적 사건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이탈리아는 1930년 대회에서는 자발적으로 불참하였으며 1958년 대회에서는 조별 탈락하였기 때문에 참가 횟수에 있어서는 20번의 대회를 모두 참가하여 브라질 다음으로 독일과 함께 2위권을 형성하는 나라였다.
우루과이에서 열렸던 1930년 대회는 구성이 전체적으로 세미-프로 수준이었고 정치적으로나 진행상에 있어서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기에 조별 예선 자체가 치뤄지지 않았다. FIFA는 당시에 최고의 축구 강국 대표팀들을 초청하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다했지만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참가를 거절했다. 그 이유는 대부분 국가들이 근본적으로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길고 긴 뱃길 여행에다 우루과이에서의 체류 기간까지 포함해, 최소 두 달은 걸리는 일정을 치를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1957년에 이탈리아 대표팀은 자국 축구사에 매우 힘들었던 순간 중 하나에 직면하게 된다. 국가대표팀의 대부분이 이탈리아 축구사에서 가장 강력했던 팀들 중 하나로 손꼽히는 ‘그란데 토리노’의 선수들로 구성돼 있었는데, 1949년 비행기 사고로 모두 사망하게 되는 일명 ‘수페르가의 비극’ 이 벌어진 것이다. 1957년의 조별 예선에서 이탈리아는 포르투갈과 북아일랜드로 이뤄진 작은 조에서 2위를 차지했고 1958년 스웨덴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가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핑곗거리가 없다. 월드컵 본선진출 실패는 분명 이탈리아 축구와 대표팀의 성과를 위하기는커녕 2007년부터 축구는 잘 모르면서 사욕만 채우려들거나 정치적인 목적으로 활동한 인물로만 협회가 구성된 결과물이다. 그러한 결과가 잔피에로 벤투라같은 적절하지 못한 감독으로 하여금 대표팀을 이끌게 하여 대표팀을 총체적 실패로 몰고 간 것이다.
http://sports.news.naver.com/wfootball/news/read.nhn?oid=554&aid=0000000036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