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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안미나 강철비 는 상실 이겨낸 뒤 도착한 고마운 영화

하사 야드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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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0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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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2 (월)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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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18.01.22 (월) 15:31

                           

 

배우 안미나  강철비 는 상실 이겨낸 뒤 도착한 고마운 영화

 

 

 

 배우 안미나(34)의 지난날들 역시 상실의 아픔들을 이겨내는 여정이었다. 혹독한 시련과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이어졌다. 데뷔 초창기 쏟아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약(藥)보단 독(毒)이었다. 처음엔 앞길이 탄탄대로일 것만 같았다. 그는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2005)으로 데뷔했다. 당시 최고 시청률 50.5%를 기록한 이 드라마에서 안미나는 선배 파티쉐 김삼순(김선아)을 동경하는 사투리 소녀로 분했다. 그리고 일약 주목받는 신인으로 떠오른다. 

 

그는 이듬해 영화 데뷔작으로 2연타를 친다.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2006) 속 다방녀를 호연해 '신 스틸러'로 급부상한 것이다. 왕년의 잘 나가던 가수 최곤(박중훈)의 라디오 방송에서 선보인 김선욱(안미나)의 모습은 지금 봐도 감동적이다. 

 

"엄마, 나 선욱이. 엄마 잘 있나, 이거 들리나? 엄마, 비오네. 기억 나? 나 집 나올 때도 비 왔는데. 엄마 그거 알어? 나 엄마 미워서 집 나온 거 아니거든. 그때는 내가 엄마 미워하는지 알고 있었는데, 집 나와서 생각해 보니까 세상 사람들은 다 밉고 엄마만 안 밉더라? 그래서 내가 미웠어. 나, 내가 너무 미워가지고 막 살았다? (흐느낌) 나 미쳤나봐… 엄마, 나 비 오는 날이면, 집에서 엄마가 해주던 부침개 해보거든. 근데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봐도 그때 그 맛이 안나더라… 엄마, 보고싶어… 엄마, 엄마 보고싶어…." 

 

예능에서도 존재감은 도드라졌다. 그 해 KBS '스타 오디션'에 도전해 치열한 경쟁(1차 경쟁률만 2700 대 1)을 뚫고 2등을 꿰찬 것이다. 말하자면 드라마, 영화, 방송을 아우르며 화제를 모은 셈이다. 그런데 이게 다만 축복이기만 했을까. 이후 몇 년간 순탄한 배우 생활을 이어갔으나, 언제부터인가 안미나는 돌연 자취를 감춘다. 지난해 12월 '강철비'의 북한 여자 송수미로 스크린에 복귀하기까지 기나긴 공백의 시간이 있었다. 중간중간 조·단역 출연은 있었으나 초창기 스포트라이트는 더 이상 없었다. 안미나에겐 "기나긴 상실의 시기"였다. 지난 5일 충무로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상실의 시기에 대해 물어봤다. 

 

-한동안 활동이 뜸했어요. 

 

"제 삶에서 누리던 것들을 조금씩 상실해간 시기였어요. 그 '상실감'에 줄곧 사로잡혀 있었죠." 

 

-무엇을 상실한 거죠? 

 

"몇 년간 늘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라디오 스타' 이후에도 SBS 드라마 '황금신부'(2008·최고 시청률 48%)가 잘 되고 그 뒤로도 작품이 꾸준히 들어왔으니까요. 언제부터인가 이 모든 게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기 시작했어요. 저한테 일이 있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있고 저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있다라는, 이 '있음'을 당연하게 생각한 거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라는 낙관에 젖어 들었어요. 지금보다 어려서 더 그랬겠죠. 제가 열심히 잘 하고 있기에 한 계단 한 계단 상승하는 거라 자만했으니까요. 그런데, 일련의 예기치 않은 일들을 겪고부터 '아,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 지금까지도 내 노력만으로 된 게 아니구나' 하고 느끼게 됐어요." 

 

-그게 언제적 일인가요? 

 

"4~5년 전 얘기에요. 작품 네 개가 연이어 엎어졌어요. 제 의지와는 무관하게요. 그간의 '믿음'들이 한 순간 무너졌어요. 그 모든 '있음'이 상실로, '없음'으로 바뀌었죠. 소속된 회사가 부도가 나고, 새로 들어간 회사도 잘 안 됐고요. 그렇게 작품들이 계속 엎어지면서 쭉 쉬게 됐어요. 

 

-화려했던 출발과는 사뭇 다르군요. 

 

"4년 간 백수생활을 했어요. 벌이가 없으니 돈이 없었죠. 나이가 한 살 두 살 먹어가니 어린 나이도 점점 없어지고, 밝았던 옛 성격도 없어지고... 주변 사람들도 하나 둘 떠나가고.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부터 그간의 주변 관계 모두가요." 

 

그야말로 '상실의 시대'였다. 믿음들이 일거에 허물어졌다. 어린 배우가 감당키엔 초창기 성공과의 낙차가 너무 컸다. 우울과 불안이 뱀처럼 똬리를 틀며 영혼을 잠식했다. '대체 살아야 하는 이유가 뭘까. 어차피 인간은 죽고 없어지는데 왜 힘들게 아등바등 살아야 하나.' 원초적이고도 실존적인 질문들이 이어졌다. 그렇다고 뾰족한 답이 나올 리 없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쳤고, 모든 걸 그저 내려놓고 싶었다. 결국 안미나는 난생 처음 집을 나간다. 몇 안 되는 푼돈과 여행가방 하나 싸든 채 '라디오스타' 속 선옥처럼…. 그때 그의 나이 스물아홉이었다. 

 

-가출했어요? 

 

"현실에서 도망친 거죠. 강남구청 인근에 조그마한 단칸방을 얻었어요. 거기서 2년 넘게 살았어요. 명절 때면 건물이 상가여서 보일러를 다 끊더라고요. 중앙난방식이거든요. 문제는 겨울에 너무 추웠어요. 이불이란 이불은 바닥에 다 깔고 패딩을 두 겹 세 겹 입고 혼자 벌벌 떨었어요. 제가 자처한 거지만 서러웠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철 없고 우습죠. (웃음) 집에 있으면 부모님 걱정하신다고 나온 거였으니까요. 근데 다 허사가 된 것 같고." 

 

-별의별 생각 다 들었겠군요. 

 

"그동안 저는 가진 것들 위주로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단칸방은 반대였어요. '없음' 그 자체였던 거죠. TV도 없고, 컴퓨터도 없고, 나중에 휴대폰도 끊기니 지인들과 연락도 차단되고, 자존감도 상실되고." 

 

-집엔 안 들어갔어요? 

 

"아예 연락을 안 드렸어요. 명절 땐 가끔 찾아갔는데 하루를 못 버티겠더군요. 엄마를 보면 반가우면서도 서럽고 슬프고…." 

 

-연기에 대한 갈망은요? 

 

"'나는 연기자야'라는 생각은 좀체 벗기 힘들었어요. 고개만 들어도 욕심이 났거든요. 한창 작품 할 땐 이 배역은 이렇고 저 배역은 저렇고 하면서 정말 신이 났어요. 얼른 또 다른 작품 하고 싶고. 근데 이 모든 걸 내려놓게 된 거에요. 먹고 살기 정말 힘들어지는 순간이 오니 어쩔 수 없겠더군요." 

 

 

-미나 씨를 기억해준 분들이 곳곳에 있었네요. 

 

"그런가요? (웃음) 당시 소속사 분들도 저를 안쓰럽게 여겼나봐요. '미나가 꼭 했으면 싶다'고 격려해 주셨어요. 그렇게 출연했고, 이후 회사를 다시 나와 혼자가 됐을 때 이번 영화 '강철비'가 도착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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