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2월 07일 12시 11분에 베스트로 선정 되었습니다.♡
이용현(가명·23) 씨는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급 5000원을 받는 평범한 대학 1학년 휴학생이었다. 친구 소개로 사설 스포츠토토에 손을 댄 것이 몰락의 시작이었다. 평생 느낀 적 없는 짜릿함에 심장이 뛰었다. 판돈이 커졌다. 1만 원, 5만 원, 30만 원…. 정신을 차려 보니 아버지의 자동차를 담보로 대부업체에서 1800만 원을 빌린 뒤였다. 사실대로 고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독촉장이 날아오기 시작하자 빚을 한 방에 갚을 수 있는 일감을 찾기 시작했다.9월 경북 포항시에서 만난 장기 매매 브로커는 “너무 어려서 신장 빼가기는 좀 그렇고…”라며 휴대전화 ‘내구제’를 권했다. 고가의 스마트폰을 할부로 구입한 뒤 업체에 되팔아 현금을 돌려받는 일종의 무등록 대부업이었다. 하지만 브로커는 이 씨가 개통한 스마트폰 3대를 챙겨 달아났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빚만 400만 원 더 늘어났다.그때 구인 사이트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정보기술(IT) 업종, 업무 사이트 운영, 해외 파견, 월 200만 원.’ 중국 칭다오(靑島)로 건너가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에 경기 일정을 등록하고 도박꾼들에게 사이버머니를 환전해주는 일이었다. 명백한 불법이었다. 중국 공안에 붙잡히면 7년 옥살이를 해야 한다는 말이 돌았다. 하지만 빚이 쌓인 상태에서 사기까지 당해 눈이 어두워져 있던 이 씨는 브로커가 마련해준 관광 비자를 들고 지난해 11월 칭다오행 비행기를 탔다.132m²(약 40평) 정도 되는 아파트에서 이 씨 또래의 남성 5명이 24시간 교대로 컴퓨터에 달라붙어 있었다. ‘관리실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40대 남성은 이 씨 같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외출할 때 항상 따라나서 감시했다. 전화도 엿들었다. 이 씨는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한 달 만에 귀국했다.대학에 복학할 날이 점점 다가왔지만 등록금을 벌기는커녕 대출이자만 쌓여갔다. 위험한 돈벌이는 절대 하지 않겠다던 다짐은 점점 희미해졌다. 이 씨는 바지사장을 구한다는 글에 댓글로 휴대전화번호를 남기기 시작했다. 일주일 만에 브로커 30여 명이 연락해왔다. 휴대전화 대리점에 명의를 빌려주면 3개월 동안 3000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지난해에 일했던 칭다오의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도 “다시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연락이 오고 있다.지금 이 씨 앞에 두 갈래 길이 있다. 맞은편 길에서 손짓하는 브로커들의 말이 달콤하게 들린다. 어느 길을 택하든 후회하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이 씨는 왔던 길로 되돌아갈 생각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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