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어느 중고컴퓨터 장사꾼 이야기

병장 토토토로또

조회 5,342

추천 70

2013.09.07 (토) 14:12

1범

2013.05.04가입

                                

2013년 09월 07일 08시 29분에 베스트로 선정 되었습니다.♡

137828233828369.jpg
어느 중고 컴퓨터 장사꾼의 일기 


저는 인터넷이나 알림방 광고를 내어 
중고 컴퓨터 장사를 합니다. 
얼마 전 저녁때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아는 사람 소개 받고 전화 드렸어요. 
여기는 경상도 칠곡이라고 지방이에요. 
6학년 딸애가 있는데 중고컴퓨터라도 있었으면 해서요. 
딸은 서울에서 할머니랑 같이 있구요...." 

나이 드신 아주머니 같은데 
통화 내내 목소리가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열흘이 지나서 쓸 만한 중고가 생겼습니다. 
아주머니가 말씀하신 그 집에 도착하자, 
다세대 건물 옆 귀퉁이 새시 문 앞 
할머니 한 분이 손짓을 하시더군요. 

액세서리 조립하는 부업거리가 보입니다. 
지방에서 엄마가 보내주는 생활비로는 
살림이 넉넉지 않은 모양입니다. 

"야 컴퓨터다!" 
그 집 6학년 딸이 들어와 구경하자, 
할머니가 아이의 어깨를 두드리시더군요. 
"너 공부 잘하라고 엄마가 사온 거여, 
학원 다녀와서 실컷 해. 어여 갔다와." 
아이는 "네~" 하고는 후다닥 나갔습니다. 

설치를 끝내고 집을 나섰는데 
대로변의 정류장에 아까 그 딸아이가 서 있습니다. 
"어디로 가니? 아저씨가 태워줄게." 
주저 할만도 한데 아까 봤던 아저씨라 믿었는지 
아이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하계역이요~" 
제 방향과는 반대쪽이지만 태워 주기로 하였습니다. 
집과 학원거리로 치면 너무 먼 거리였습니다. 

한 10분 갔을까. 
아이가 갑자기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고 합니다. 
패스트푸드점 건물이 보이기에 차를 세웠습니다. 
"아저씨 그냥 먼저 가세요." 
다급히 아이는 건물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무심코 보조석 시트를 보는데 
가슴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검빨갛게 물들은 시트. 

아마 첫 생리? 
보통 바지가 젖을 정도... 
당황한 아이의 얼굴, 
당장 처리할 방법도 모를 테고 마음이 너무 급했습니다. 
재빨리 청량리역까지 와서 
속옷을 여러 사이즈로 샀습니다. 
아이엄마에게 전화했다가는 마음이 아파하실 것 같아 
연락도 못하겠더군요. 

집사람한테 전화 했습니다. 
"지금 택시타고 빨리 청량리역... 
아니 그냥 오면서 전화해.. 내가 찾아 갈게." 
"왜? 뭔 일인데?" 
자초자종 이야기하자, 집사람이 온다고 합니다. 
아, 아내가 구세주 였습니다. 

가는 중 전화가왔습니다. 
"약국 가서 생리대 사. XXX 달라 그러고 
없으면 XXX 사....속옷은?" 
"샀어.." 
"근처에서 치마 하나 사오고.... 
편의점 가서 아기 물티슈도 하나 사와." 

진두지휘하는 집사람 덕에 장비(?)를 다 챙겨서 
아이가 좀 전에 들어갔던 건물로 돌아갔습니다. 
없으면 어쩌나 조마조마합니다. 
아이 이름도 모르는데, 

집사람이 들어가니 화장실 세 칸 중에 
한 칸이 닫혀 있었습니다. 
말을 걸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때까지 그 안에서 혼자 울면서 끙끙대고 있었던 겁니다. 
다른 평범한 가정이었으면 조촐한 파티라도 할 
기쁜 일인데... 콧잔등이 짠하더군요. 

집사람과 아이가 나오는데 
그 아이 눈이 팅팅 부어 있더군요. 
그냥 집에 가고 싶다는 아이를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묻더군요. 
"그 컴퓨터 얼마 받고 팔았어?" 
"22만원" 
"다시 가서 주고 오자.." 
"뭐?" 
"다시 가서 계산 잘못 됐다고 하고, 
10만원 할머니 드리고 와." 

램 값이 내렸다는 등 대충 얼버무리면서 
할머니에게 돈을 돌려 드렸습니다. 
나와서 차에 타자 집사람이 
제 머리를 헝클이며 "짜식~" 그랬습니다. 

그날 밤 11시 쯤 아이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여기 칠곡인데요. 컴퓨터 구입한......." 

이 첫마디 하고 
계속 말을 잇지 못하시더군요. 
저도 그냥 전화기 귀에 대고만 있었습니다. 

- 김진영 (새벽편지 가족 / 옮김) - 
 
 

댓글 0

신고를 접수하시겠습니까?

분류 제목 작성자 등록일 조회 추천
포토

밝히는 아이유 image [18]

탈영 맥주한잔 09/09 7,830 23
유머

아버지의 도시락- image [14]

원사 리드재일 09/09 3,955 26
유머

박찬호 투심 image [15]

탈영 맥주한잔 09/09 3,667 13
유머

딸잡고 난후 너의표정.JPG image [16]

소령(진) 곧휴가철 09/09 7,117 20
유머

어느 여판사의 감동이야기(실화) image [23]

원사 리드재일 09/09 5,383 21
유머

세자전하 납시오 image [22]

탈영 Gang짐승 09/09 3,915 16
유머

미리보는 대한민국 전술 image [15]

탈영 맥주한잔 09/09 3,552 14
유머

★하늘★ 미녀?와 야수 실사판 image [7]

소령(진) 하늘에게 09/09 3,739 15
포토

도끼쑤아리질러 ㅅㅅㅅㅅㅅㅅㅅㅅㅅ image [30]

상병 이재곱 09/09 13,203 21
포토

가슴.. image [13]

병장 생각하는존슨 09/09 10,752 12
유머

비디오방 도우미(펌) image [15]

병장 영라이온스 09/08 5,604 16
포토

신소율 image [10]

소령(진) minesota 09/08 5,522 19
포토

★하늘★ 클라라~ image [10]

소령(진) 하늘에게 09/08 4,764 17
유머

동생을위한 희생정신 image [16]

병장 태건 09/08 3,728 52
유머

★하늘★ 69자세란 이런거 image [13]

소령(진) 하늘에게 09/08 6,724 10
포토

조인성 논산훈련소 입대한날 image [20]

소령(진) minesota 09/08 7,188 15
유머

철권 실사판 image [12]

병장 서래마을타짜 09/08 3,355 10
유머

풍만한 전효성 속옷광고 image [2]

상병 Jeep 09/08 3,413 16
유머

흔한 산부인과 진찰 image [11]

병장 구봉숙기쁨조 09/08 4,919 10
자유

건당 10만원짜리 유로픽!!! 공개합니다 [36]

이등병 CleanSports 09/08 2,808 19
유머

귀신폭탄 image [7]

병장 토토토로또 09/08 3,118 16
유머

김연아의 위엄 image [8]

병장 토토토로또 09/08 3,798 14
포토

★하늘★ 아 여름아~ image [11]

소령(진) 하늘에게 09/07 6,702 30
유머

현아 현아!! image [4]

상병 Jeep 09/07 2,967 25
포토

나르샤 image [11]

탈영 아빠곰v 09/07 5,058 13
유머

거제 마티즈 사건 최종편 image [15]

병장 토토토로또 09/07 10,097 14
유머

어느 중고컴퓨터 장사꾼 이야기 image [29]

병장 토토토로또 09/07 5,342 70
유머

광주구장 응원녀 image [20]

탈영 아빠곰v 09/07 5,338 11
포토

'지하철에 여신이 떴다'…남보라, 대중교통 사랑 '훈훈' image [31]

소령(진) minesota 09/07 7,708 15
유머

세계적인 프로 도박사의 위엄 image [15]

병장 자랑스러운태극기 09/07 4,59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