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5일 03시 49분에 베스트로 선정 되었습니다.♡
여보! 너무 고마웠어요내일이 우리 14주년 결혼기념일이네요1999년11월14일 오전11시당신과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부가 되었지요28살과27살지금 생각하면 참 철 없는 나이인거 같은데...나 하나 믿고 지방에서 서울 변두리 월세방에 신혼 살림을 차리고변변치 않은 월급으로도 늘 알뜰히 생활하며항상 웃는 얼굴로 나를 맞아 주던 당신직장 생활에 힘들어, 당신에게 직장 그만두고 고향 내려가서 조그만 장사라도했으면 하고 말했을때 두 말도 없이 당신의 뜻에 따르겠다고우리 네 식구 입에 풀칠은 못하겠냐구난 서울 생활이 안 맞는거 같다며그렇게 날 위로해 주며 용기를 주던 당신고향에 내려와서 힘든 장삿일에도 늘 긍적적이고알뜰살뜰 살림하며 남매 공부도 직접 챙기고늘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던 당신뜻 하진 않았지만 세째를 가지고 잠시 고민 했을때이것도 다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며꼭 나아서 잘 키우겠다고 말했던 당신장사도 어느정도 안정되고 세째 우리 복덩이도 태어나고잘 자라면서 우리는 정말 행복하고 세상 부러울게 하나 없었는데..서른 여덟 너무나 젋은 나이에 당신에게 찾아온 암 이라는 병마그냥 단순히 변비인 줄 알고 찾아간 동네 병원에서 수면 대장 내시경을하고서는 보호자인 나를 혼자 진료실로 불러내시경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의사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어떻게 설명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는데 제가 아는 선생님을 소개해 드릴테니까서울 큰 병원으로 가 보시라고 , 암 인거 같은데 사이즈가 많이 커서아마 림프절이나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되지 않았을까 염려 된다고"그 말을 듣고 멍해서 진료실 문을 나서는데해맑게 웃으며" 괜찮다고 하지" 하며 말하는 당신의 얼굴을 보면서흐르는 눈물을 보이기 싫어서 화장실에 가서 엄청 울면서내 자신을 원망 했었지요그리고 서울 병원에서 받게 된 확진 <직장암 4기>이미 간 까지 전이가 되어서 수술을 할수 없고항암제를 써야하고 간 색전술을 시도해 보자고이것 또한 완치의 개념이 아니라생명 연장의 개념이라는, 통상 5년 생존율15% 미만이라는 주치의 선생님의 말씀당신과 친정 본가에는 차마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고나을 수 있다고, 반드시 완치된다고 얘기를 했었지요그렇게 해서 시작된 투병생활 2년 2개월그 힘든 항암중에도 늘 가족 걱정 어른들 걱정이 먼저 였던 당신당신은 그렇게 좋아하던 함박눈을 맞으며 작년 12월의 마지막 날에우리곁을 떠났지요여보!매년 돌아오는 결혼 기념일인데 올해는 나 혼자 맞이하는구려너무너무 보고싶소조금이라도 좋으니 꿈에라도 얼굴 한번 비쳐 주구려1년이 다 되 가는데 꿈에 한번 안 나타나냐?나 안 보고 싶어?우리 삼 남매 안보고 싶어?여보!애들은 생각보다 잘 생활하고 있어요혹시 엄마 없는 애들이라 놀리기라도 할까봐옷도 더 신경쓰고 씻기는 것도 더 신경쓰고 있어요우리 큰 딸이 제법 엄마 노릇 하면서 두 남동생 잘 보살피고 있고공부도 스스로 알아서 잘하고 성격도 많이 활달해 줘서학교 생활도 잘하고 있어요둘째는 아토피도 거의 없어졌고 동생하고 잘 놀아주고우리 여섯 살 막내도 장난 꾸러기지만 건강하게 잘 커가고 있어요우린 그렇게 잘 살고 있어요그리고 여보당신 기일에는 제사 안 지낼려고요귀찮거나 번거로워서가 아니라매년 당신 기일에 맞춰서제사비용에다가 조금씩 모은 돈으로당신 다니던 성당에 불우 이웃 돕기로 쌀 50포를 기부할 생각이에요생전 당신이 생각하던 나눔과 봉사의 정신을 당신의 이름을 빌려실천해 볼려구요원망은 안 할거죠그러리라 믿고요대신 당신 좋아하던 꽃과 복숭아 사들고 애들이랑 갈께요여보못난 나 만나서 살아주느라고 고생 많았지요너무 고마워요잊지 않을께요조금만 기다려 줘요우리 막내 장가 가는 모습만 보고 갈께요그때까진 어떻게든 살아야 합니다이해해 줄꺼죠흐르는 눈물에 오늘은 이만 줄입니다사랑해요하늘에서 꼭 읽어 보세요
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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